OECD, 표준요금 비교 타당한가?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 2009.08.12 14:52

기준통화량·표준요금제 대상 국가간 요금단순비교 '헛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회원국들의 이동전화 요금을 비교한 보고서를 놓고 객관성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OECD가 발표한 '통신아웃룩 2009'에 따르면, 30개국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소량이용자의 요금수준은 24위에서 25위로 한 계단 추락했고, 중량이용자 요금수준은 10위에서 무려 19위로 뚝 떨어졌다. 또, 다량사용자 요금수준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내는 나라에 속하게 됐다.

그러나 OECD 자료에도 지난 2년 새 우리나라 요금은 14% 저렴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요금은 더 내려갔는데 요금비교 순위에서 하락한 이유가 뭘까. 국가별 요금비교가 절대적인 액수가 아니라 상대적인 비교자료라는 점을 감안해도 2년 새 이처럼 급격한 순위변화를 일으킨 것은 비교기준이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표준요금만 단순비교해서 순위매겨

OECD 통신아웃룩은 조사대상국가의 1위와 2위 이동통신사업자의 가입자 평균통화량을 분석해 산출한 이른바 기준통화량을 기초 자료로 삼고 있다. 이용량에 따라 소량과 중량, 다량이용자로 구분해 비교한다.

이번 조사는 30개 국가의 이동통신사업자별 1600개에 이르는 약관상 표준요금제를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을 해서 여기에 기준통화량을 대입, 최저요금제를 찾아내는 방식을 이용했다. 우리나라는 SK텔레콤 22개, KT 22개 등 총 44개 요금제 가운데 KT 선불요금제(소량), KT 표준요금제(중량), KT 표준요금제(다량)가 각각 적용됐다.

따라서 OECD 기준통화량과 조사대상 국가의 평균통화량간의 격차가 클수록 요금비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요금제들은 국내 평균통화량에 최적화돼 있어 통화량이 적은 OECD 기준통화량을 잣대로 삼으면 더욱 불리해진다.

예컨대 OECD 기준통화량의 월 평균통화량은 소량 44분, 중량 114분, 다량 246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통사의 월 평균통화량은 313분으로 OECD 다량에 비해서도 67분이나 많다. 이를 OECD 기준통화량에 단순 대입하다보니, 우리나라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OECD 이동통신요금 국제비교

◇할인요금은 비교대상 제외?

문제는 또 있다. 국가간 요금을 단순비교하기 위해 일반 표준요금제만 조사한데 따른 한계가 이번 조사에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처럼 결합상품 할인요금제, 선택요금제, 의무약정할인요금, 저소득층 요금할인, 청소년요금제 등 온갖 종류의 할인상품이 넘쳐나는 시장현실이 조사자료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의 경우 6월말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 2380만명 중 표준요금제 가입자수는 19% 수준인 459만명에 불과하다. 반면, 결합상품, 가족할인, 망내할인 등 할인요금제 가입자수는 715만명에 달한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이동통신요금인하에 따른 가계 통신비 절감효과는 망내할인(3103억원), 문자메시지 요금인하(311억원), 약정할인(1441억원), 가족할인(557억원) 등 총 8871억원에 달했다.

OECD 조사에선 이런 부문이 고스란히 제외됐다. 더구나 OECD는 이번 조사보고서에서 최근 이동통신 요금제의 주요 트렌드로 결합상품, 가족할인 등 할인요금제의 활성화를 꼽으면서도 정작 국제비교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조사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모순을 드러냈다.
↑지난해 가계통신비 절감효과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OECD, 메릴린치 등 이동통신요금 국제비교가 조사기준이나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특정 국제비교에 대한 맹신은 소모적인 논란만 가중시킨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이동통신요금은 이번 OECD 조사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메릴린치 조사에선 이와 정반대로 미국의 이동전화요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발표됐다. 또한 덴마크도 OECD 조사에서 가장 저렴한 국가로 나타났지만, 메릴린치에서는 OECD 회원국중 16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스페인 등 이통요금에 민감한 대상국가 이통사들이 OECD 요금비교 발표 때마다 조사결과의 객관성을 문제시하며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OECD 조사에 참여한 방통위 관계자는 "OECD도 나라마다 상황이 다른데 획일적인 기준으로 산출하는 조사의 한계와 무리를 인식하고 있어 올해 기준통화량 변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동통신 요금비교는 일종의 참고자료로, 이를 절대적인 지표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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