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가계부 캠페인을 공동기획한 이로운몰(www.erounmall.com)에 한 회원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이메일이 왔다. 81년생 직장인 김윤희 씨(가명)가 보낸 것이었다.
"이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김씨의 지출 내역은 의외로 매우 간소했다. 마트에 가서 할인상품을 휩쓸거나 명품가방을 충동구매한 적도 없었다. 크게 쓴 돈은 대개 유흥비와 선물비.
친구와 가족을 사랑하는 게 무슨 죄랴. 경제교육 사회적기업 에듀머니(www.edu-money.co.kr)가 기분파 그녀의 고민 타파에 나섰다. 재무도사의 처방은 간단하고 강력했다.
"기분파 그대여, 쏜 다음에 갚지 말고 모아서 쏴라."
직장인들에겐 남의 얘기 같지 않은 김씨의 고민에 박미정 에듀머니 재무주치의가 내린 처방을 요약하면 이렇다.
'빚 진 채 모은 펀드는 자산이 아니다.'
'내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지출을 찾아 없애라.'
'하고 싶은 것 다 하되 모아서 해라.'
김윤희(이하 김) 가족과 함께 산다. 생활비는 안 내지만 가족빚 1300만 원을 대신 갚아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용카드로 부모님 선물을 100만 원어치 산 것을 자유결제로 돌려 아직까지 갚고 있다. 한 달에 210만원을 버는데 저축을 못한다. 전세자금 모아 독립하고 싶다.
박미정(이하 박) 통장이 많다. 적립식 펀드 8개에 CMA가 3개다. 거기에 1200여만 원이 들어 있다. 청약저축 1개, 장기주택마련저축 1개는 놔두고 나머지를 정리해라. 신용카드 자유결제부터 빨리 갚고 나머지로 빚을 갚아라.
김 자산이 없어도 될까? 펀드가 반 토막 났다가 원상복구한 지 얼마 안 됐다.
박 많은 사람들이 쥐고 있는 돈이 없으면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나갈 돈이다. 돈은 쓰려고 벌고 모으는 것이다. 지금 들어오는 펀드 수익보다, 나가는 카드 수수료와 은행 이자가 더 많다. 펀드를 그냥 들고 있으면 손해다. 제때 쓰지 못한 돈은 어느 날 날아간다. 돈을 모시지 말라.
김그래도 노후용 연금펀드는 놔둬야 하지 않을까?
박 '노후 생활비'보다 먼저 '인생이모작'을 위한 종자돈을 모으는 게 낫다. 우리가 80세가 되어도 우리는 지금의 60대 같은 건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50세에 은퇴한다면 30년 동안 그냥 놀 건가? 50세 이후의 소득 목표를 잡고 그때도 일하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라. 노후자금은 50세부터 모아도 늦지 않다. 이미 공공연금은 납입하고 있지 않은가? 국가가 민간기업보다 든든하다. 민간연금보다 공공연금이 믿을 만하다.
김 실은 야간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1년에 학비가 820만 원 정도 든다. 올해는 적금 깨 학비 냈는데 내년이 걱정된다.
박 저축 통장을 만들고 표지에 '등록금용'이라고 쓰라. 그리고 그 돈은 건드리지 말라. 목적이 분명하면 포기하지 않고 저축할 수 있다.
김 유흥비가 많이 들어 모을 돈이 없다. 남자친구도 나도 술 마시고 여행가고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
박 하고 싶은 건 하라. 단, 돈을 모아서 하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지출을 찾아 없애라. 그런 지출을 없애려면 신용카드를 버려야 한다. 신용카드는 들고만 있어도 충동소비가 늘어난다. 계획소비의 적이다. 계획소비를 하면 내가 하고픈 일에 쓸 돈이 모인다.
김 지출사항을 정리해보니, 의외로 부분에서 돈이 많이 나가고 있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매달 2만 원 가까이 쓰고 있는데, 지난 1월엔 17만 원이나 썼다. 어디다 썼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것도 이번에 깨달았다.
박 그런 소비를 없애야 내가 진정 원하는 데에 돈을 쓸 수 있다. 내가 가치를 두는 게 여행이 아니라 명품 가방이라면 돈을 모아서 거기에 쓰면 된다. 몸에 좋은 걸 원한다면 값 싼 화학화장품 여러 개 사 잔뜩 바르는 대신 좋은 유기농화장품 한두 개 사 아껴 쓰면 된다.
김 잡동사니 소비를 줄이면 저축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돈 모아서 전세 대신 집을 경매로 사는 건 어떻겠는가?
박 왜 집이 필요한가? 대출 받아서 집을 산 어떤 사람은 '난 은행에 월세 낸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안전한 자산처럼 여겨지지만 내 돈인데도 묶여있어 내가 못 쓰게 된다면 안전한 자산이 아니다.
어설픈 에코맘의 '가계부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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