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리 샌드위치' 고민 깊어져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도병욱 기자 | 2009.08.11 17:24

기준금리 동결에도 '예금금리 인상-대출금리 인하' 압력

"고객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가입한 고금리예금이 곧 만기가 되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장이 털어놓은 고민이다. 기준금리는 움직이지 않는데 고객들의 예금금리 인상 요구가 잇따를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 대출기준이 되는 금리들이 고개를 들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이 이른바 '금리 샌드위치' 상태에 봉착했다. 6개월째 동결된 기준금리를 중심으로 예금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개선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로 금리방향을 쉽게 정하지도 못하는 처지다.

◇금리조정 골머리=한국은행은 11일 금리를 재차 동결하면서 기준금리는 6개월째 2.0%로 묶였다. 5.25%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인하돼 지난 2월 2.0%까지 낮아졌다.

기준금리가 반년째 움직이지 않자 은행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각 은행 영업점이 10억원이 넘는 큰 금액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금리 0.1%포인트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고객들이 금리를 꼼꼼히 따지며 은행들을 저울질하는 탓이다.

반면 CD금리를 중심으로 한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예금금리를 그대로 두고 대출금리만 올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고액 예금을 예치하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른 은행보다 조금이라도 금리를 높게 줘야 한다"며 "하지만 예금금리를 올리면 현 상황에서 예대마진이 줄어 결국 직원들 인건비 말고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관건은 경기회복=은행권은 장기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응해 풀린 대규모 유동성이 부작용을 나타내면서 출구전략이 거론되고 이미 채권금리와 CD금리 등 시장 금리들이 오른 탓이다.

하지만 예금금리 인상을 심각히 고려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외국계 은행들이 금리 경쟁에 뛰어든 탓에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씨티은행은 이날 2년제와 3년제 예금금리를 한시적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파격적'으로 올렸다. 우선 3년제는 종전보다 1.2%포인트 상승한 연 5.5%(세전)를 적용한다. 2년제 금리는 종전 4.1%에서 5.0%로 올렸다. 다만 1년제는 종전대로 3.5%를 적용한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시장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장기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금리인상 쪽으로 흘러간다면 다른 은행과 경쟁을 고려해서라도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경기회복이다. 예금금리 인상 등 전반적인 금리수준이 빠르게 오른다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선 금리인상 기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결국 경기회복과 맞물린 문제라 좀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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