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이 유독 풍력발전에 진출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장웅조 기자 | 2009.08.11 16:14
- 대우조선, 미국 풍력발전기 업체 인수
-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도 이미 진출
- 조선 대체할만한 시장, 풍력발전기 가장 유력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이 속속 풍력발전기 제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까지 합류하면서 국내 3대 조선업체가 모두 풍력발전기 산업에 진출했다.

조선업체들의 풍력발전기 산업 진출 러시는 풍력발전기 시장이 향후 조선 시장을 대체할 만큼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조선과의 기술적 연관성도 높기 때문이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미국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드윈드를 약 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풍력터빈을 설계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현재까지 △750KW △1.5MW △2MW급 터빈 총 710기를 유럽, 중국, 남미, 미국 등에 판매·설치했다. 대우조선은 북미지역에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전북 군산에 13만2000㎡(약 4만평)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을 짓고 있다. 10월말 완공될 예정인 이 공장에서는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연간600MW(20만가구 사용분) 규모로 생산,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지난 2월 전북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총 1057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풍력발전용 설비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아직 발전기 공장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 텍사스에 풍력발전기 3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까지 체결했다. 3MW급 육상용과 5MW급 해상용 풍력발전설비를 주력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며, 2015년까지 풍력발전설비를 800기 생산해 3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선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STX그룹의 계열사 STX중공업은 지난달 29일 네덜란드 하라코산유럽의 지분과 풍력발전 관련 특허를 240억원에 인수했다.

조선업체들이 차례로 풍력발전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조선과 같은 거대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규모의 대안으로 가장 유력한 분야가 풍력발전기 시장이다. 특히 조선업체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해상 풍력발전기 시장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제 신재생에너지 전문연구소인 이머징에너지리서치(EER)는 해상 풍력발전기 시장이 향후 연평균 31%씩 성장, 2050년에는 연간 16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풍력발전기 시장이 커질수록 석탄,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운송을 위한 선박의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조선업체들이 풍력발전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향후 닥칠 LNG선 시장 위축에 대비한 리스크 헷지인 셈이다.

둘째 조선업체들이 선박 뿐 아니라 해양플랜트 건조 등을 통해 쌓아온 해양 구조물 관련 기술이 해상 풍력발전기 시장에 접목될 여지가 있다. 해상 풍력발전기는 기본적으로 염분이 섞인 해풍을 장기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통해 이 같은 기술을 확보해왔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조선시장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호황을 누리기 힘든 상황에서 대형 조선업체들은 새로운 거대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해상 구조물이라는 측면에서 그나마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풍력발전기 사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