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투공제 폐지… 친기업 정부 맞나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8.10 16:47
- 당정청, 임투공제 폐지 결론
- 설비투자 기업 올해 2조 추가 세금 날벼락
- "기업이 왜 정치논리 희생양 돼야 하느냐"

"정말이냐? 정말 폐지로 결론이 났느냐? 아···"(한 재계 관계자)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이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공제)를 폐지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임투공제 연장에 걸었던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정부가 임투공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지난 6월.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가 발단이었다. 비과세·감면 정비는 세제 합리화·간소화 차원에서 매년 추진되는 것이지만 임투공제는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를 고려해 그동안 정비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부자감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친서민'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면서 대기업이 1차적 수혜자인 임투공제가 폐지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임투공제 제도를 운영해본 결과, 투자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근거다.

임투공제란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그 금액의 일부(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10%)를 법인세에서 빼주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이 제도를 통해 설비투자 규모에 상응해 연간 총 2조원에 가까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아왔다. 투자 계획을 짤 때도 그만큼 투자회임기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해왔다.


그러나 느닷없이 임투공제가 폐지될 경우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장 올해만 약 2조원의 법인세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된다. 임투공제 유지를 전제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해둔 기업들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책정해둔 설비투자 금액은 국내외 사업장 전체로 약 7조원이다. 지난해 총 설비투자액 13조원 중 9조5000억원이 국내에 투자된 것에 비춰 볼 때 올해도 7조원 가운데 약 5조원은 국내 설비투자에 쓰일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역시 총 투자예산 7조3000억원 가운데 약 4조7000억원을 국내 철강 부문 설비투자용으로 책정해뒀다.

정부의 일관성 부재가 재계를 더욱 분통 터지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해말 임투공제율을 기존 7%에서 10%로 확대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연간 설비투자액이 직전 3년간의 연평균 투자액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10%를 추가로 임투공제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 뒤인 6월에는 입장을 180도 바꿔 임투공제를 아예 폐지키로 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는 대개 투자집행에만 5년, 이후 경쟁력 확보에만 5년 등 약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친기업 정부라면서 이렇게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투자 장려 제도를 없애면 누굴 믿고 대규모 투자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기업이 '대기업 vs 서민'이라는 정치논리의 희생양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재계의 바람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때 아닌 부자감세 논란으로 성장의 씨앗인 투자 위축이 초래돼서야 되겠느냐"며 "‘대기업=부자’ 라는 등식으로 성장과 고용의 원천인 설비투자 지원 제도까지 없애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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