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대우건설이 현대건설을 찾은 이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8.10 16:37
금융부에 온 지 한 달이 됐습니다. 그동안 취재수첩에 가장 많이 적힌 단어는 '○○은행'이 아니라 '대우건설'이었습니다.

산업은행 출입기자에게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대우건설 매각 뉴스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입니다. 자고 나면 인수 희망 업체 수는 고무줄 입니다. 10개에서 15개로 늘어났다 다시 12개로 줄어듭니다. 이쯤 되면 누군가 대우건설 가격을 높이기 위해 모종의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게 합니다.

시장에선 국내 굴지의 기업은 물론 미국 유명 건설 관련 업체가 인수희망 업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정작 유력 인수기업으로 거론되는 국내 업체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만이 얼마 전 관심을 표명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우건설 재무팀 직원들이 현대건설 재무담당 직원들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해당 부서에선 동종업계 관계자들끼리 통상적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뭔가 수상해 보입니다.

업계에선 산은 사모펀드(PEF)에 화살을 돌립니다. 시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기업들이 대우건설 인수를 꺼리고 있어, 산은 PEF에 매각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시장 매각이 실패해 산은 PEF에 매각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금호그룹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우건설이 산은 PEF에 매각되면 산은의 관리체제에 놓이게 됩니다. 대우건설은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미 오래전에 산은의 관리를 받아본 현대건설의 노하우(?)를 궁금해 했다고 합니다.


현대건설은 2002년부터 주채권은행이었던 산은의 관리체제에서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정상화됐습니다. 대우건설 재무담당 직원들은 이처럼 산은 관리체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현대건설의 생존비법을 배우고 있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리하는 형태나 범위가 다를 수 있어도 산은이 요구하는 서류나 원하는 자료 등을 어떻게 만들고 또 어떤 방식으로 관리를 받아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시장 매각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금 여력이 큰 그룹들은 이미 건설사를 갖고 있어 굳이 무리한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죠. 산은 PEF가 인수하는 방법이 그래서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산은에선 이달 중순쯤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낼 예정입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곳이 적어 시장매각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대우건설 직원들의 현대건설 방문은 더욱 잦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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