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명품 모시기'인가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9.08.09 16:24
"저희가 그 브랜드 수수료 1% 올리는데 얼마가 걸린 줄 아세요? 자그마치 1년이 걸렸어요. 1년 동안 매일이다시피 찾아가서 협상하고 또 협상해서 겨우 1% 올렸습니다."

백화점에서 명품 잡화를 맡고 있는 한 바이어의 하소연이다. 누구나 알 법한 명품 C브랜드 수수료를 1% 올리기까지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고 털어놨다.

백화점은 입점업체 대해 갑을 넘어 '슈퍼 갑'으로 통하지만 명품은 예외다. 명품 앞에선 백화점이 '을'이다. 국내 의류, 잡화 브랜드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30~40%를 수수료로 떼 가는 백화점은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지만 명품 앞에선 설설 긴다.

반대로 명품이 아닌 대다수의 입점 브랜드는 백화점 앞에 덜덜 떤다. "힘없는 브랜드들에겐 피를 뽑듯이 뽑아 먹지요. 매년 수수료율을 올립니다. 매년 계약서 적을 때마다 해마다 수수료율을 올리지요. 아니면 퇴출 되고요." 백화점 입점 업체들로부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백화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항변한다. 집객 효과가 뛰어난 만큼 희소성이 높은 명품에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것은 경제 논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백화점만 탓할 수는 없다. 명품에 혈안이 된 백화점 뒤엔 '우리의 허영'이 투영돼 있는 게 사실이다. 명품을 사겠다고 아우성치는 소비자가 있는 한 명품의 콧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화점은 매장을 늘리는데 크게 관심도 없는 명품 업체를 상대로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구애작전'을 편다.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깎아주고 심지어 한시적으로 '무료입점' 특혜까지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왜곡현상이 불가피하다. 백화점의 실질적 수익원이지만 '찬밥' 대우를 받고 있는 국내 입점 브랜드는 분통을 터트린다. 명품 유치에 들어간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나이트클럽이 '물 관리'를 위해 미녀들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 전략을 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여자들은 입장료를 내고 그곳에 들어가고 싶을까. 백화점들의 명품 모시기 경쟁을 재고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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