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당국, "화려한 날은 가고…울고 싶어라"

여한구.심재현 기자 | 2009.08.07 16:27

작년부터 풀 가동-예산 배정도 이중고

EPB(옛 경제기획원)로 통칭되는 예산 관료는 예산배정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받는 유일한 공무원'이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파워를 발휘해왔다.

옛 기획예산처는 최대 전성기였던 노무현 정부 시절 한때 EPB 출신 장관급 관료가 10명이 넘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더불어 예산 업무는 기획재정부 내의 예산실 소관으로 축소됐다.

약화된 위상은 정권 교체로 어쩔 수 없다지만 예산실은 현 정부 들어 다중고에 휩싸인 채 몸살을 앓고 있다.

'한철 장사'로 불렸던 예산 업무는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연중 업무'로 변했다.

예전 같으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한숨을 돌릴 시기에 위기극복용 추가재정 투입을 위한 수정예산과 씨름했다. 연초 재정의 조기 집행이 강조되면서 이를 감독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후에는 경제극복을 위해 28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슈퍼 추경'을 짜는데 전력을 쏟아야 했다. 단기간에 추경 규모를 확정하고 쓰임새를 확정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로 예산실 간부들은 당시 "입에서 단내가 달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추경이란 '큰 산'을 넘은 이후에는 본게임과도 마찬가지인 내년 예산안 편성에 곧바로 뛰어들어야 했다.

현재 예산실은 각 부처로부터 요구받은 예산규모를 토대로 '지원해야 할 것'과 '빼도 될 것'을 추리기 위해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름휴가는 꿈도 꿀 수 없다.


예산실 한 간부는 "방대한 예산 협의의 특성상 점심은 물론 저녁 식사도 마음대로 잡을 수 없을 정도"라며 "사명감으로 주말과 휴가를 반납하고는 일하고 있지만 휴가를 가는 다른 과가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예산편성 업무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는 어렵게 살려놓은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나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고민을 더하고 있다.

'우군'인 여당 일각에서조차 정부의 핵심사업인 '4대강 프로젝트' 예산 축소를 외치고 있어 전체 방향 설정이 어렵다.

게다가 예산안 마련 절차가 올해 유독 까다로워졌다. 부처요구 예산을 청와대에 별도 보고해야 했고, 여당 집행부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만 대상으로 하던 예산협의도 올해는 전체 여당 의원으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7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예산협의에는 예산라인 간부들은 물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1,2 차관, 경제정책국장 등 재정부 고위간부들이 총출동했다.

윤증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내년도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세입감소로 여건은 열악하고 새로운 지출 수요는 많이 늘어나 내년 예산 편성이 정말 녹록치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예산실 관계자는 "정부의 주요 경제시책에 부합하면서도 재정건전성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갈수록 심신이 파김치가 되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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