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쌍용차, 폐허 속 희망 찾기 분주

평택(경기)=김보형 기자 | 2009.08.07 16:14

전직원 출근 조업준비… 서로간 상처는 깊어

ⓒ유동일 기자
"결국 동료들을 떠나보냈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

77일간의 노조 공장점거 파업이 막을 내린 이튿날인 7일 오전 7시. 이른 출근 시간이지만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은 출근하는 직원들로 붐볐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직원들은 며칠째 이어진 비상근무로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걸음걸이는 힘찼다.

벼랑 끝 노사대타협을 이뤄내고 정상조업 첫 날을 맞은 이날, 공장 곳곳엔 아직 치열했던 전투의 상처인 듯 반쯤 불에 탄 차량과 폐타이어, 철제 구조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하지만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찾기 위한 쌍용차 임직원들의 노력은 하루가 짧을 정도로 분주했다.

쌍용차의 '마지막 희망' 이라는 'C200'라인 근무자 일부는 휴업 중임에도 출근했다. 'C200'라인의 한 직원은 "답답한 마음으로 있다가 노사협의가 타결됐다고 해서 시설이 괜찮은지 보려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 없어서 못 팔았던 '렉스턴'을 생산하는 조립2라인 직원들도 밤샘근무를 자청했다. 10년차 조립라인 직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공장내부에 조립 부품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직 확인을 못했지만 빨리 라인점검을 마치고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 뿐"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박영태 공동관리인이 이날 구조조정 자금지원과 관련해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도 크게 고무된 표정이었다.


평택공장 총무팀 관계자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청산이야기가 나돌아 직원들이 많이 걱정했었다"면서 "노사합의가 끝나자마자 채권단과 자금지원 등 여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해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외 기업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직원들에겐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노조가 점거 거점으로 삼았던 도장 2공장 직원들에겐 아직 조업준비는 먼 얘기였다. 경찰이 노조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감식과 채증작업을 벌이고 있어서다.

쌍용차 생산담당 고위관계자는 "도장 공장은 하루 24시간 내내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에서 노사합의를 통해 파업 예외지역으로 설정하는 곳"이라며 도장 공장 점거를 안타까워했다.

실제 77일간 이어진 도장 공장 점거파업으로 인한 마음의 생채기는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였다. 한 직원은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들이 쌓여있는 자재하치장에 불을 지르고 심지어 자기 손으로 만든 차까지 태우는 걸 봤는데 이런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공장에 복귀하면 누가 같이 일하고 싶겠냐"며 화해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안했던 모두 쌍용차의 노동자다. 이들이 그동안의 앙금을 털고 힘을 합칠 때만이 쌍용차는 진정한 '희망의 찬가'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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