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그들은 아무것도 얻은게 없었다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9.08.06 18:47

쌍용차 사태가 남긴 교훈..노동계·정치권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삶의 터전, 함께 어깨를 맞대고 일하던 직장 동료, 지역사회를 볼모로 한 무모한 ‘인질극’이 막을 내렸다. 다 같이 살지 못할 바엔 차라리 ‘함께 죽자’는, 공생이 아닌 ‘공멸’을 향한 몸부림이었다.

사람들은 ‘용산참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화약고(도장공장) 탈취를 위한 전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명피해는 막았다.

노조가 평택공장을 77일간 점거해 온 쌍용차 사태가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일단락됐다. 노사 양측은 6일 ‘52% 구조조정, 48% 구제’안에 합의하면서 막판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늦었지만 노사 양측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제 남은 일은 ‘적’과 ‘아군’의 구분을 없애고 모두가 혼수상태에 빠진 회사를 다시 살리는 길 뿐이다. 그래야만 ‘막가파식 노조’에 등을 돌린 정부와 채권단, 협력업체, 고객들이 다시 쌍용차에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낼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온 과정까지 모두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폭력으로 얼룩진 노동운동에 이제 염증을 느끼고 있다. 우리 노동계에는 이번 쌍용차 사태처럼 일단 ‘막다른 골목’으로 사태를 끌고 가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떼쓰기’ 투쟁전법이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자신들의 투쟁력을 과시했다고 자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단 한 명의 해고도 안된다'고 외쳤던 쌍용차 노조는 결국 얻은 게 없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번 쌍용차 사태가 보여준 교훈은 무모한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라며 "결국 누구한테 득이 됐는지 한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쌍용차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우리 정치권은 '미디어 법' 투쟁에 올인하며 수수방관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내버려두면 좋으련만,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쌍용차 노조가 자랑스럽다'며 오히려 투쟁을 부추겼다.

도장공장에서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인 근로자, 회사의 회생을 위해 빨리 투쟁을 끝내자는 사측 직원들 모두 따지고 보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고,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민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공장 안에 있는 수백여 명의 근로자만을 위한 행보를 보였다.

사측을 압박하기에 앞서 노동계를, 파업 노동자들을 먼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장 밖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거나, 스스로가 시위에 가담하며 마치 정권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권엔 '여(與)'는 없고 일부 과격성향의 '야(野)'만 있었다"며 "노사정 모두 제 역할을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노동계와 정치권 모두 해결 방안을 찾기 보다는 세(勢) 과시와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며 '사공' 노릇만 했다. 쌍용차와 한 배를 탄'가족'이 아닌 '의사'로 둔갑해 각기 자신에게 유리한 '메스'만을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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