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77일간의 '전쟁'

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 2009.08.06 17:46

도장공장 하나를 두고 사투를 벌였던 쌍용차 노사가 벼랑 끝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쌍용차 노사는 6일 박영태 공동관리인과 한상균 지부장의 단독교섭을 통해 974명의 정리해고 대상자 가운데 '52% 구조조정, 48% 구제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쌍용차노조는 지난 5월22일부터 시작한 공장점거 파업을 77일 만에 해제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피해가 워낙 커 앞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7일간의 파업기간동안 단 1대의 생산도 없었기 때문에, 수치상의 피해도 상당하다.

6일 현재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대수는 1만4590대, 손실액은 316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6~7월 쌍용차는 생산된 물량이 아닌 기존 재고품을 여기저기서 끌어 모았지만, 77일 동안 단 288대만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노조와 사측의 충돌로 평택공장은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복구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 협력업체들 또한 이미 부도를 냈거나, 휴업중인 회사 등이 100개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훈 협동회 사무총장은 "노사가 지금이라도 합의를 이끌어내 다행이지만, 현재 협력사들의 피해가 막대해 정상화되더라도 상당한 업체가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22일 노조의 공장 점거파업 이후 '볼트 새총'과 '최루액'까지 동원되며 77일째 이어져 온 치열한 노사 간 '전쟁'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노조 총파업 선언에 사측 직장폐쇄로 맞서

노조가 정리해고 등에 반발하며 전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지난 5월21일. 총파업 선언에 이어 22일 오후부터 평택공장을 점거한 채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오후, 쌍용차 경영진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차질 없는 구조조정이 필수"라며 "2646명의 해고인원 감축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정리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회사 측은 임시휴업 등으로 노조의 옥쇄파업에 대응하다가 5월31일 평택공장에 대한 직장패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사무 관리직의 출근마저 전면 저지하고 있어 회사의 생존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조도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정부와 직접 대화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측은 지난달 8일 퇴직자를 제외한 976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고 발표하면서 노조를 더욱 압박했다.

◇공권력 투입 '강제해산' 놓고 대립 격화

사측은 이후 평택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면서 임직원들의 출근투쟁을 동시에 전개했다. 특히 6월16일 사측 임직원들이 공장진입을 시도하면서 '노-노'갈등도 본격화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18일부터 19일까지 쌍용차 노사가 다시 만나 '조건 없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때부터 노사양측 대표간의 공식 대화는 단절됐다.


사측은 6월 22일 노조 및 조합간부 등에 대해 평택지원에 15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25일 평택공장에 대한 인도 및 업무방해금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동시에 탄원서와 도보 릴레이 등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재차 촉구했다.

노조 측도 공권력 투입에 대비 평택공장을 요새화하고 결사항전을 재차 확인했다.

7월 20일, 법원의 강제집행 절차가 개시되고 경찰도 집행관들의 신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평택공장안으로의 진입, 노조와의 충돌이 연일 이어졌다. 사측 임직원 2000여 명도 출근을 시도하면서 곳곳에서 노조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20일 오후 한 노조간부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조는 극도로 흥분, 경찰과 사측에 대해 볼트새총을 쏘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이에 맞서 최루액을 분사하고, 살수차 등을 동원해 강제진압 준비까지 벌였다.

◇막판 노사 대화도 끝내 무위...경찰 진압작전 재개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과 사측, 노조원들의 부상자들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언론과 민간단체, 정부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으며, 지난달 24일 노사정 중재단의 협의로 25일 오전 쌍용차 노사대표가 회의를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25일 오전 사측은 "현 시점에서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거부했고, "총고용 보장이 아닌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고 노조 측을 압박했다. 이 상황에서도 경찰과 노조의 충돌은 계속됐다. 노사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30일 오전 9시 노사 양측대표는 대화를 중단한지 42일 만에 다시 만나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2일 오전 4시 쌍용차노사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을 결렬시켰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4일 오전부터 경찰은 특공대를 조립공장과 차체공장에 투입, 세 시간여 만에 옥상과 내부에서 저항했던 노조원들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3명이 옥상에서 추락하기도 했으며, 노사 양측과 경찰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다.

공장안뿐만 아니라 공장 밖에서도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대학생, 가족대책위 사람들이 사측직원들과 충돌했다. 그냥 몸싸움이 아닌 거의 패싸움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서도 몇 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도장 2공장 앞에서 진압을 멈추고, 6일 오전까지 노조 측이 스스로 해산해 줄 것을 최후 통첩했다. 이탈노조원도 상당했다. 협상이 결렬된 2일부터 단 4일 동안에만 2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공장을 나왔다.

노조 측은 남아있는 400여 명의 조합원들과 밤샘회의를 거쳐 6일 오전 사측 관리인과 정리해고 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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