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극적 타결, 박수에서 욕설까지

평택(경기)=박종진 기자 | 2009.08.06 19:42
"와~짝짝짝" 6일 오후 1시30분쯤 쌍용차 평택공장 안팎에선 직원들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작렬하는 뙤약볕에 지친 얼굴들에서 오랜만에 미소도 번졌다.

이날 낮 12시부터 본관과 도장공장 사이 컨테이너에서 진행된 박영태 법정관리인과 한상균 지부장의 최후교섭이 오후 1시20분 일단락되면서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평택공장은 기대감에 휩싸였다.

쌍용차 노사는 이날 저녁 합의문에 조인식을 갖고 공식타결을 선언했다.

77일 점거파업에 끝이다. 지난달 20일 경찰이 공장을 봉쇄한 후 물과 음식물공급 없이 버티던 노조는 지난 2일까지 이어진 4일간 '밤샘교섭'의 결렬, 전날까지 치러진 이틀 간의 '전투'를 마치고 마침내 농성 인원 중 52% 구조조정(무급휴직 등으로 48% 구제)이라는 안을 수용했다.

회사 측은 법적 조치에 대해선 "형사처벌은 회사가 최대한 노조원들이 선처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각종 민사소송은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장공장을 제외한 조립공장 등 나머지 공장들을 둘러본 결과 피해가 별로 없었다"며 "빠르면 1주일, 늦어도 10일 이내에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노사는 이날 "회사의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법원에 조기파산 신청서를 낸 쌍용차 협동회 채권단도 "신청을 철회하고 가동 정상화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거들었다. 원유철, 정장선, 권영길 등 여야의원들은 타결이 가시화되자 잇따라 현장을 찾아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을 열고 "회생과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동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무너진 부품망과 영업망의 복구가 쉽지 않다. 내달 15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회생계획안을 법원과 채권단이 승인해 줄 수 있을 만큼 생산 판매활동을 끌어올리기는 더 어렵다.


당장 신규 투자가 막혀 있는 처지에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최근 내놓은 신차를 따라잡을 제품경쟁력도 부족하다.

그야말로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 원가 혁신 및 생산성 높이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 초 출시될 신차 C200 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고정비를 낮추며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버텨야 한다.

첩첩산중의 와중이지만 '77일 전쟁'이 남긴 상처가 만만치 않다. 동료끼리 산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살인무기'를 휘둘렀던 경험은 깊은 감정의 골을 남겨 경제논리 외에 회생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날 쌍용차 사측과 경찰은 회사 곳곳에서 "손배소 철회는 안 된다", "저놈들 다 잘라야 한다"며 여전히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사측 직원들 탓에 노조원 신변보호 문제에 골머리를 앓았다.

노조 역시 "구조조정 받아들이려고 죽을 각오로 지금껏 있었냐"며 불만을 털어놓는 일부로 인해 이날 낮 합의를 하고도 내부 다독이기에 저녁까지 시간을 쏟았다.

여러 모로 쌍용차의 갈 길은 힘든 여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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