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클린턴이… 악몽 끝났구나 안도"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8.06 03:21

석방 여기자 2명 미국 도착 "北 요청으로 클린턴 방북 성사"

140일간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 국적의 여기자 2명이 5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 함께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밥 호프 공항에 도착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커런트 TV 소속의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는 이날 공항 도착 직후 가족들과 상봉했다.

이들은 취재를 위해 북한 국경을 넘었다가 체포돼 12년의 중노동 형을 선고받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날 북한을 방문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하는 형식으로 특별 사면을 실시해 석방됐다.

이들은 공항에서 가진 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 앤드류 리베리스 다우케미컬 회장 등 자신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다우 케미컬 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다른 일정을 위해 항공기를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부동산업자인 스티브 빙 샹그리라 엔터네인먼트 주식회사 대표가 제공한 개인 항공기편으로 방북, 3시간 30분동안 머물며 김위원장과 만찬을 가진뒤 두 여기자를 석방시켰다.

링은 "이제 중노동 수용소로 옮겨지는구나 하고 공포에 떨면서 문을 걸어 나섰을때 우리 앞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 있는 것을 봤다"며 "순간 기절할 정도로 놀랐지만, 곧바로 우리의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다"고 석방 순간을 되새겼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성명에서 "기자들의 가족과 고어 전부통령, 그리고 백악관이 나에게 이같은 인도적 역할을 요청해와 이에 동의했으며 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클린턴 전대통령의 방북은 지난달 중순 두 여기자가 클린턴의 방북을 희망하는 북한 측의 의사를 가족들에게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앨 고어 부통령으로부터 방북제의를 받은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이 반대하지 않으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수락했으며 백악관이 이에 동의, 최종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TV를 통해 본 두 여기자의 가족 상봉장면은 이들의 가족뿐 아니라 전 미국의 기쁨"이라며 석방에 나선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노력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혔다.

백악관은 그러나 클린턴 전대통령은 오로지 두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다며 "두 나라간의 현안에 대해 김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진지하고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부인했다. 아울러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방북 결과를 논의한 이후에 공식 논평을 내놓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에 억류돼 있던 2명의 미국 여기자가 석방된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총장은 "북한이 이들을 인도적 견지에서 석방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감사한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관련국들이 가장 빠른 시일내에 대화를 재개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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