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쌍용차노조는 언론을 분리했다?

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 2009.08.05 17:02
나흘간의 밤샘 협상에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협상결렬이 발표된 지난 2일, 쌍용차 노사는 각각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측이 먼저 오전에 법정관리인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었고, 노조 측은 뒤이어 오후 1시30분쯤 공식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전 사측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은 노조 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과 사측이 공장을 사이에 두고 노조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기 때문에 공장 밖에서 노조 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은 노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의견을 밝히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오후 1시 20분쯤 민주노총 측 관계자가 급히 기자들이 머물고 있는 천막으로 달려오더니 곧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가진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이 관계자를 따라 민주노총 측이 머물고 있는 천막으로 이동했다.

천막 앞에는 큰 스피커밖에 없었다. 이 관계자는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스피커에 댔다. 잠시 후 한상균 지부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 측이 경찰과 사측이 진입을 차단하자 휴대폰을 이용해 공장안에서의 상황을 알리려 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라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나왔다. 한 지부장은 "사측이 정리해고를 이미 정해놓고 협상을 시작했다"며 "우리는 최대한 협상의 결렬만은 원치 않았지만 일방적으로 사측이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잠시 후 "기자 분들은 질문해 주십시요"라는 사회자의 말이 나왔다. 놀라웠다. 공장안에 기자들이 있다는 말인가. 질문을 한 기자들 소속을 들으면서 일간지를 비롯해 지역신문, 인터넷매체 등 상당수의 기자들이 안에 있는 걸로 확인됐다. 대부분 진보적 성향의 언론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 노조간부는 "노조에 호의적인 언론만 들여보낸 게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이 안에 있는 기자들은 일주일 전부터 여기서 숙식을 같이하며 취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날 노조의 기자회견으로 언론은 양분됐다. 공장안에서 노조 측과 질의응답을 하는 기자들과 공장 밖에서 스피커로 그 상황을 듣고 적는 기자들로 말이다. 마치 쌍용차 노조를 대변하는 언론과 사측을 대변하는 언론으로 분열된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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