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스의 실패 재연되나②

더벨 현상경 기자, 안영훈 기자 | 2009.08.10 10:22

SOC 딜에서도 펀딩 능력 부재 노출...업계 "경쟁사 기회박탈"

이 기사는 08월04일(09:5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거래가 파기되거나 지연된 사례는 SOC나 부동산PF 투자사업에서도 나타났다.

작년 말 칸서스는 GS건설 등이 추진한 서울고속도로 매각에서 다비하나인프라펀드, KB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 국민연금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시장에서 적정가로 평가된 주당1만1000원대보다 월등히 높은 1만610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칸서스는 단독협상기간이 지난 올 3월5일까지 펀딩을 완료하지 못했다. 칸서스가 제안한 가격으로는 적절한 수익을 내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자금투입을 꺼렸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투자에 불참했고 SOC투자 분야의 터줏대감인 산업은행도 출자를 거부했다. 여타 기관투자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칸서스는 우선협상자 자격을 상실했다. 매각과정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1년 가까이 성사가 지연된 거래도 있다.

작년 11월 칸서스는 농협중앙회가 추진한 평택-시흥 민자도로 건설에 투자금 유치업무 역할을 자원했다. 농협이 금융주선 역할에 어려움을 겪자 자금을 모아주겠다고 나선 것. 칸서스는 6000억원 규모의 펀드 설립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도 자금을 모으지 못한 상황이다.

금호생명 매각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 김영재 대표는 감독당국을 방문해 금호생명 인수에 성공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칸서스는 아직까지도 인수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단 기존 투자자(LP)인 은행, 연기금, 공제회 상당수가 참여를 거절했다. 확답을 거부한 일부 은행들도 내부적으로는 "금호생명은 우리가 투자할 만한 매물이 아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도 칸서스가 제출한 인수계획으로는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며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들은 금호생명의 기업가치 저하, 구주와 신주비율, 인수조건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칸서스에 대한 업계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욕심이 앞서 무리한 가격을 써낸 후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딜을 깨뜨린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그로 인해 ▲ 매물가치 저하 ▲ 재무적투자자 이탈 ▲ 거래지연 및 시간ㆍ비용 낭비 ▲ 경쟁사 기회박탈 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PEF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찰을 통해 양해각서(MOU)까지 맺었다가 거래가 파기되면 재입찰 과정에서 결국 매각가가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매각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투자 대상 자체는 괜찮은데 거래가 성공적으로 끝날 지 확신하지 못해 재무적투자자(FI)가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경쟁사들이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다. 충분한 인수의사와 능력이 있다 해도 다른 경쟁자가 써낸 월등히 높은 가격을 무리하게 따라갈 순 없다.

딜이 깨지면 재입찰이 실시되지만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는 등 변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매각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데 따른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소요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대한화재 매각 1차 입찰에 나섰던 인수 후보기업 상당수는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에서 자신들을 물리친 칸서스가 자금조달에 실패하고 결국 후보군에도 없었던 롯데가 대한화재를 인수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2. 2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3. 3 "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
  4. 4 티아라 지연·황재균 이혼 인정…"성격 차이로 별거 끝에 합의"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