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北, 클린턴 방북 후 '득과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09.08.05 15:26

한숨돌린 北, 후폭풍 부담 美, 소외된 韓..한반도 정세 '촉각'

4일 전격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여기자 억류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각국 정부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여기자들을 순순히 내주고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북한은 한숨 돌리고 있는 반면 미국과 한국은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北, 살벌했던 美와 대화모드..최대수혜=북한은 이번에 석방된 여기자들 다음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의 수혜를 입었다.

지난 5월 제 2차 핵실험 이후 살벌하기만 했던 북미 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튼 데다 건강악화설에 시달려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는 줄곧 경색돼왔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제2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미국은 북한의 우군이던 중국, 러시아까지 돌려세워 강력한 제재와 압력을 가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들의 외교원칙과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 등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개인적인 자격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방북으로 인해 양국의 긴장관계가 다소 누그러졌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방북이 양국 사이의 "이해를 깊이 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 및 만찬을 통해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건강악화설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김 위원장은 최근 췌장암 발병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건강악화설이 퍼졌었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건재함을 보여줬다.


◇美, 여기자 구했지만 '후폭풍' 부담=채 24시간도 안 되는 짧은 방문으로 140여일을 끌어온 여기자 억류문제를 종결지은 미국은 외견상 성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후폭풍'이 문제다.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주도하다가 돌연 비공식적 외교 라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흠집을 남길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북한에 대한 '잘못된 보상'을 답습하는 꼴이 됐다는 점에 있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韓, '닭 좇던 개'? 국내여론 악화=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가장 곤란해진 것은 한국이다.

현 정부가 강조하던 한미공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데다 우리 국민의 억류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에 하던 데로 억류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이 악화되면서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성공단 유씨 문제, 연안호 송환문제, 금강산 문제 등에 우리 정부 어떤 대책 취하고 있는지 답답하다"며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된 대책 밝히고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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