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A증권사의 고민 '꼭지 아닐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9.08.05 07:36

회사 고위층 "목표치 왜 안올려" 지적, 경험상 꼭지

A증권사의 투자전략을 담당자와 대화를 나눴다. 코스피지수가 이 증권사가 제시한 하반기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기에 혹시 상향 조정할 계획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 증권사는 상반기부터 올해 증시를 상당히 강하게 봤다. 이 증권사가 당시 제시한 연중 목표치도 그 때는 높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코스피지수가 횡보하던 시기, 경기민감주, 대형주를 매수하라고 앞장서서 주장해 지금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이 증권사의 예측은 거의 정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투자전략 담당자는 지수 목표치 상향 조정 여부에 대해 '지금 고민 중'이라고 했다.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할지, 크게 상향 조정할지, 아니면 목표치는 올리되 주식비중에 대해서는 조정을 할 지 등을 내부 논의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결론은 다음주 초쯤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담당자는 이어 최근 비관론을 주장하던 증권사들이 일제히 증시 전망을 수정하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것을 언급했다. 비관론이 사라지는 시점이 꼭지라는 증시 격언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금 과열 여부를 나타내는 투자 시계로 보면 저녁 10시쯤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한가지 그가 꼭지가 아닌가 하는 부담을 느끼는 대목은 최근 회사 윗사람들이 "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지 않느냐, 좀 올려야 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경험상 윗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꼭지였다는 얘기였다.

코스피시장은 전날 전강후약의 장세를 연출했다. 미국 증시가 일제히 마디지수를 돌파했다는 소식에 장 초반 1580선까지 치솟았지만 차익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강보합 수준에서 마감했다. 전날 증시에서 특징적인 대목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거래량은 5억9000만주로 8일만에 최대였고 거래대금은 8조2300억원으로 지난 5월25일 이후 50여 거래일만에 최대였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증한 가운데 증시가 보합 수준에서 마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매수 세력과 매도 세력이 강하게 부딪혔다는 얘기다. 또 전날 고가와 저가와의 차이는 약 3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변동성이 커졌고 조정을 필요로 하는 시장의 흐름은 강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비관론자들이 잇따라 항복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은 이게 꼭지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증시는 이미 여러 지표에서 볼 때 과열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증시가 좀처럼 쉬지 못하는 이유는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15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금액으로는 6조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들은 지수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 강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

결국 조정의 여부나 조정의 강도는 외국인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현·선물 동시 순매수에서 최근에는 현물은 사되 선물은 팔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외국인 내에서도 추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엇갈린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은 외국인 가운데에서도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이는 적어도 수급측면에서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만에 하나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둔해질 경우에는 증시 흐름이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높은 종목이 1차 대안이고, 현재 대형주 중심의 외국인 매수세가 확산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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