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등 이상급등, 지방은 미분양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9.08.05 09:15

[한국경제긴급진단]⑤최저금리+규제완화에 돈 몰려

#1. 지난해 9월 10억5000만원이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7㎡ 거래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10월에는 9억원, 11월에는 8억5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12월 거래가는 최저 8억15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들어 정부가 재건축 및 대출.세제 규제 완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 아파트값은 수직상승했다. 1월 최고 거래가가 11억원으로 뛰더니 2월 11억2000만원, 5월 11억4000만원으로 계속 올랐다. 6월에는 13억원에 팔려 전고점인 2006년 12월 13억6000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말 8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7개월새 최고 5억원 가까이 오른 상승한 셈이다.

#2. 인천 청라지구 '힐데스하임'(1284가구)은 지난해 10월 청약에서 최종 159가구가 미달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부터 3순위까지 청약 수요 몰이에 실패했다. 경기 광교신도시 '이던하우스'는 올 1월 1순위 청약에서 모집가구수(662가구)의 절반 수준인 333가구가 미달됐다.

한라비발디, 더샵하버뷰Ⅱ, 호반베르디움, 롯데캐슬 등 지난 5∼6월 공급된 인천 청라.송도지구 아파트는 1순위에서 전 가구 청약 마감됐다. 모델하우스 앞에는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이 몰려 불법 분양권 전매를 부추겼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말 전고점 대비 반토막 가까이 떨어졌던 서울 강남 집값이 올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초까지 청약미달 사태가 이어졌던 수도권 분양시장은 2분기 이후 떴다방이 등장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다.

한국경제가 저점을 통과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최근 강남.목동.과천 일대 집값 상승률, 인천 청라.송도 청약 열기 등은 다른 경제 분야에 비해 가파르고 뜨거운 게 사실이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부동산 시장과도 차이가 크다.


특히 지난해말 약세를 면치 못했던 강남 주요 재건축아파트는 몇개월새 수억원씩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단지가 전고점인 2006년말 시세를 넘어섰거나 육박했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 18곳의 주택담보대출도 18조원 넘게 늘었다. 이는 월평균 3조원으로 부동산 투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6년(2조9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 요인은 저금리 기조, 경기회복 기대감, 부동산 규제완화 등 다양하다. 풍부한 유동성에 사상 최저 금리. 은행에서 흘러나온 돈이 어디로 갈 지는 너무나 당연했다. 정부가 재건축과 대출.세금 규제까지 완화해주면서 순풍에 돛단 듯 집값이 올랐다. 강남 재건축아파트로, 수도권 분양시장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몰렸다.

곳곳에서 부동산 투기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서둘러 카드를 빼들었다. 우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등 대출 기준을 강화했고, 재건축 허용 연한을 준공후 최고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유보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을 확대해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일단 불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부동산 투기의 특성도 감안한 선제 조치로 볼 수 있다. 금융.제조업 등으로 흘러 들어가야 할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주식 시장으로만 몰릴 경우 자칫 회복 단계에 접어든 전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집값 이상 급등이나 청약 과열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다. 올 상반기 서울 노원구 집값이 0.8% 하락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집값은 여전히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에는 아파트를 다 지을때까지 팔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다. 부동산 규제를 무조건 원점으로 되돌리기보다 수도권과 지방, 투기수요와 실수요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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