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MBA폐지… 집단반발로 '전운'고조

김동하 이학렬 기자 | 2009.08.05 13:21

한국형 MBA의 꿈…골프파문으로 좌초위기

'한국형 MBA의 원조'로 불리던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의 경영학 전공과정 폐지결정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00여명의 재학생들은 대책회의를 구성, 법적·행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경제사회연구회·총리실·KDI에 집단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5일 KDI국제정책대학원에 따르면 학생들은 대책회의와 네이버 카페 모임 등을 통해 가칭 'KDI국제정책대학원 MBA,MFDI,MAM 과정폐지 대책회의'를 구성, 1200명의 졸업생 및 외국인학생들과 연대하며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책회의는 "이번 폐지결정은 10여 년간 쌓아온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성과와 국내외적 명성을 부정하고, 내외국인 학생들의 피해와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이번 폐지결정이 잘못된 무효화돼야하는 이유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주장하면서 법적·행정적 대응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폐지결정은 교수들의 골프·무단결근 등 부적절한 행태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나온 결정이어서 학생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5인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골프와 해외여행 목적으로 186일을 무단결근했고, 전 대학원장인 정진승씨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KDI 원장의 결제 없이 연봉을 인상, 9억원대의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정 전 원장만이 '1개월 감봉'을 받고 나머지 교수들은 경징계로 끝나 국회 정무위원회 등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비판의 시선은 폐지결정을 내린 경제사회연구회·총리실 뿐 아니라 모 기관인 KDI와 대학원으로도 향하고 있다.

일부 대학원 교수들의 '정치성'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현 정부의 경제권력을 견제하겠다며 지난달 창립된 '경제개혁연구소'에는 KDI국제정책대학원의 김우찬 , 유종일 교수가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 현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온 사립학교 교수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KDI가 딜로이트 컨설팅을 통해 용역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학생들의 인터뷰를 편집해 활용한 점도 입방아를 찧고 있다. KDI에는 약 30%가량의 외국인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일부 교수들과 외국인학생은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주간 MBA과정에 입학한 한 키르기스탄 학생은 "향후 네트워크를 중요시하는 만큼 KDI MBA과정의 존속여부는 중요하다"며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KDI MBA가 폐지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3년전 KDI에 입학한 한 외국 공무원 출신 학생은 "한국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건 행운이었고 두 나라 정부관계에서도 큰 이익이었지만, 이번 결정에 실망스럽다"며 "이런 일이 다른 나라, 다른 학교에서도 생길 수 있을지 학생입장에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많은 개도국 공무원들이 한국을 배우기 위해 KDI를 찾고 있는데, 하루 아침에 문을 닫는 건 '국가적 망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학생은 탄원문을 통해 "일부 교수들의 문제로 1400명이 넘는 동문들이 피해를 입게 된 것 같다"며 "MBA교수들의 윤리적 문제 때문이면 적법한 징계를 내리고, 비대해진 MBA규모가 문제라면 축소·통합하며, 학비가 문제면 학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1998년 개원한 KDI국제정책대학원은 100%영어강의로 주간 정책학과 MBA 과정을 개설했다. 100%영어강의를 도입해 '한국형 MBA'의 원조로 불리기도 한다. 2002년에는 야간 MBA 과정, 2006년 이후에는 투자경영학과 자산운용경영학이 개설됐다.

지난 2007년과 2008년에는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가 발표한 국내 경영대학원 랭킹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특히 7-8년차 정도의 해외 공무원 및 다국적기업, 언론,NGO, 고위 공무원 등 다양한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입학생 260명 중 72명이 동유럽, 프랑스,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중국, 남미, 스페인, 독일 등 전 세계 37개국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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