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스 금호생명 바이아웃 회의적"

더벨 박준식 기자 | 2009.08.04 10:38

[금호생명 M&A]금융권 "생보사 모르는 PEF의 무리한 딜"

이 기사는 08월03일(15: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금호생명 바이아웃(Buy-Out) 거래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나온 금융권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칸서스는 당초 매각 측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맺었던 자금 모집 시한을 한 달 이상 넘긴 상황에서도 거래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펀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된다. 첫째는 투자자들이 칸서스의 브랜드나 경영 능력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고 둘째로 금호생명의 기업가치 평가가 4000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영재 회장을 비롯한 칸서스 경영진은 자금모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투자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은행 등 1금융권의 외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모펀드에 자금을 댈 수 있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은행권의 반응이 부정적인 이유는 주요 대상인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이 이미 금호생명 인수를 검토했다 포기한 전력이 있어서다. 이들은 지난해 금호생명 M&A가 공개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부터 거래 가능성을 타진하고 외국계 생보사 등과 인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인수 후보로서 금호생명 기업 가치를 검토했던 금융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계획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금호생명이 주력하고 있는 영업상품의 대부분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을 쓰고 있어서 경영 위험도가 높았다. 영업조직 역시 외부에서 각기 다른 소스로 충원돼 구심점이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실제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금호생명의 지급비율은 30%대로 추락하면서 경기 침체기에 취약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자본시장이 침체되자 투자자산의 손실 등으로 인해 지난해 2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초까지 정밀실사를 통해 공격적인 인수의지를 보이던 푸르덴셜생명이 본사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의사를 접은 것도 이 때쯤이다.

금호생명의 재무상황은 완전자본잠식을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3월 말 총자본이 427억원으로 납입자본금 2962억원의 14.4%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기 신문로 사옥을 판돈으로 유상증자와 후순위차입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완전자본잠식이 불가피할 뻔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경영상황은 잠시 호전된 듯 보이지만 매각 사실이 1년 이상 공개적으로 노출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꺾인 점이 큰 문제다. 금호생명의 매각 과정에서 최병길 사장이 그룹 경영진과 의견충돌을 일으키며 낙마하는 등 기본적인 경영을 주도할 사령탑도 사라졌다.

기업 상태가 이렇듯 온전치 못한 데 새 인수 후보가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라는 점은 피인수 조직의 불안감을 늘린다. 내부에선 경영상황이 호전되면 새로운 오너가 언제든 다시 기업을 되팔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임직원들에겐 새 투자자가 1000억원 이상 규모의 기업 바이아웃 딜을 해본 경험이 없는 칸서스라는 사실이 더 큰 걱정거리다. 칸서스는 주식형펀드나 상가 등 부동산 투자 실적은 있지만 사모펀드 설립을 통한 규모가 M&A 실적은 많지 않다. 지난 2005년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벤처기업 메디슨에 700억원을 들여 2대 주주가 됐다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적대적인 M&A를 성공시킨 악명만 있을 뿐이다.

칸서스는 지난 2007년 대한화재 인수를 시도하다 펀딩 실패로 계획을 포기했지만 2년 만에 타깃을 금호생명을 바꿔 재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화재보험사 기업가치 평가에 실패한 이들이 그보다 몇배 어렵다는 생보사를 경영하는 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칸서스의 생보사 바이아웃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자금을 대기로 했다는 투자자들도 실제 집행에 나설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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