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유성 행장의 대우건설 매각 해법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8.05 09:31
'형제의 난'으로 금호그룹 총수 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이틀 후인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산업은행 민유성 행장은 몹시 수척해보였다.

최근 산은을 둘러싼 현안이 적지 않은 탓인지 평상시 봐온 그의 얼굴이 아니었다. 살이 많이 빠진 것같다는 걱정스런 물음에 그는 웃음으로만 답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 가능성을 묻자 "관심 있는 기업이 여러 곳 있으며 매각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소리에는 특유의 자신감이 넘쳤다. 물론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 어딘지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닫았다.

민 행장은 '형제의 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가격 등 문제로 대우건설 매각이 순탄치 않은 상황에 또다른 변수가 생긴 탓이다. 총수 사퇴 문제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 매각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그는 "(총수 사퇴로) 그룹내 의사결정이 빨라져 그룹 구조조정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시장에선 대우건설 매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대우건설 직원들도 민 행장이 신경써야 할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그런데 매각협상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어렵다. 노조는 투명한 협상절차를 요구하며 혹시 있을지 모를 편법매각과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에 반대했다.

직원들은 3년 만에 주인이 바뀌게 되자 자존심이 무척 상한 상태다. 최근 3년간 1위를 고수한 시공능력평가에서도 3위로 주저앉았다. 대한민국 1등 건설사 자리를 뺏긴 상실감도 큰 상황이다.

이들을 배제할수록 매각문제는 꼬일 공산이 높다. 매각공고 후 매수주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이들의 저항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순탄한 매각을 위해선 민 행장이 대우건설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며칠 후 여름휴가를 떠나는 민 행장에게 제대로 된 '대우건설 매각' 해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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