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D-7! 하늘문 노크하는 '나로호'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9.08.04 08:40

최종 점검후 기상조건이 최대 관건… 발사시간도 고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캐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케네디 우주센터가 있는 그곳에선 해군통신위성을 실은 미국우주항공국(NASA)의 우주발사체가 발사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발사 전, 의견은 분분했다. 기상악화를 우려한 일부는 발사를 주저했다. 하지만 반대편에 선 이들은 잠재적인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경쾌한 폭발음을 낸 후, 발사체는 비상했다. 하지만 1분도 채 되지 않아, 발사체는 구름을 통과한 낙뢰에 맞았다.

▲ 오는 11일 발사되는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번개의 영향으로 발사체의 유도 메모리가 리셋됐다. 이후 비정상적으로 로켓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더니 기울어졌고, 결국 부서지기 시작했다. 대안이 없었다. 통제센터에선 발사 70초 시점에서 파괴 명령을 송출했다.

우주개발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의 내용이 아니다. 1987년 3월 26일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파괴됐던 발사체는 '아틀라스-센토67'이다. 최근에도 유사한 일은 벌어졌다. 온고지신일까. 최근에는 결과가 달랐다. 지난 7월 발사된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발사대 주변 벼락 등으로 몇 차례나 발사가 연기된 끝에 우주로 나를 수 있었다.

◇최종점검 후 '날씨'가 최대 관건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발사일이 마침내 오는 11일로 결정됐다. 우리나라를 실질적인 우주개발국으로 이끌 나로호는 현재 최종점검을 받고 있으며, 발사 이틀 전 발사대로 옮겨져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게 된다.

우주발사체는 각종 부품의 단순 결함이나, 발사 시스템의 작은 오류만으로도 수천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더욱이 통제 불가능한 날씨 등 다른 변수 때문에 발사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항공우주연구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8일까지를 발사예비일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상조건 중 미국의 예처럼 낙뢰는 발사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로호의 전자장비뿐 아니라, 나로호에 탑재되는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에 전기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기 위해서는 발사궤적 20km 반경 내에 낙뢰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강풍도 발사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발사 시 평균 지상풍속이 15m/s, 순간 최대풍속이 21m/s 이상이면 발사 명령이 내려지지 않는다. 발사체 발사 시 자세를 제어하기 힘들 뿐더러,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층에서 부는 바람도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지상 30km 고도 이내에서 풍속이 100m/s 이상인 경우, 발사 궤적에 영향을 끼친다.

▲ 나로우주센터 내에 있는 기상관측소
바람의 강도를 표시하는 보퍼트의 풍력계급은 12단계로 나뉜다. 이중 발사체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은 7단계인'센바람' 이상이다. 이 보다 한 단계 약한 '된바람'은 우산을 받치기 힘들 정도의 풍속이며, 초속 13.9~17.1m의 '센바람'이 불면 인간이 바람을 향해 걷기가 곤란할 정도다.

나로우주센터 내에는 이 때문에 기상관측소를 두고 있다. 관측소에서는 기상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발사체 발사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또 발사대에는 윈드타워가, 우주센터 인근 지역에는 낙뢰감지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하늘문'이 열려야 발사 가능

날씨가 화창하다고 해서 아무 때나 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하늘은 특정한 시간에만 발사를 허락한다. 이 시간을 일컬어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Launching Window)'라고 한다.

위성은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궤도에 진입한 후 위성의 태양 전지판이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궤도에 진입한 위성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태양에너지를 이용할 수 없다면 자체 배터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

때문에 발사 시간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 시간은 위성의 종류와 발사 장소, 계절 등에 따라 다르다. 이번 나로호의 경우, 이 조건에 맞춰 오후 4시40분부터 2시간 이내에 발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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