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반격, '그룹 경영권' 노리나

최석환·기성훈 기자 | 2009.08.03 13:02

금호 '형제의 난', 법적분쟁·지분경쟁 가능성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지난 28일 형인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25년간 이어온 '형제경영' 근간을 뒤흔든 장본인으로 지목되면서 전격 해임된 지 딱 일주일만이다.

장고 끝에 던진 반격 카드라 그런지 내용도 '핵폭탄'급이다. 당초 실익이 없어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던 법적 분쟁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해임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이 경영현안을 주요 의안이라고 소집한 이사회를 '불법'이라고 명시한데다 "회장의 지위로 압력을 행사해 해임안을 가결했다"면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당초 금호그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 사항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예상했지만 박 전 회장의 문제 제기로 '형제의 난'으로 가는 수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그룹 내 갈등을 봉합하고 재무구조 개선 등 현안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꺼낸 '박삼구 회장의 동반퇴진 카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게다가 '형제간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그룹 이미지가 실추돼 임직원들의 동요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을 둘러싼 지분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박 전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18.47%다. 물론 박삼구 회장 부자를 비롯한 다른 형제 일가들의 전체 보유 지분 28.17%에 비해선 적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이 "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 당면한 지금의 위기를 독선과 과욕 대신 소통과 내실이 있는 국민적 기업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바꾸고 싶다"고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금호석유화학의 계열분리를 넘어 그룹 경영권까지 욕심을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 전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 이 같은 의중을 뒷받침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문제다. 박 전 회장은 당시 "지나치게 무모한 가격과 풋백 옵션이라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인수를 강행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주식을 매입한 이유도 풋백 옵션 등 인수 후유증 따른 유동성 위기가 금호석유화학에 급속히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조속히 매각해야 하는데 박삼구 회장이 재매각을 꺼리면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계열사간 지원과 자산 매각 등으로 그룹의 위기만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징적 의미에 불과한 그룹 회장직뿐만 아니 지금까지의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마땅히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비롯한 경영 일선에서 실질적으로 완전히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박삼구 회장의 실질적 퇴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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