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CP 시장을 바꿨다

더벨 김동희 기자 | 2009.08.03 10:34

기업수 '늘고' 잔액은 '줄고'···공기업이 발행 시장 '주도'

이 기사는 07월30일(15: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어음(CP) 시장이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해 크게 달라졌다. CP를 즐겨 쓰지 않던 기업들의 발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공기업의 조달도 증가했다.

반면 신용경색 여파와 디레버리지 여파로 카드와 캐피탈사의 발행이 감소했다. 1조원 이상의 대규모 발행잔액을 가진 일반 기업은 자취를 감췄다.

단기차입금인 CP를 늘렸는데 지난해 같이 갑작스런 신용위기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CP 발행 기업·잔액 '증가'···1조원 넘는 발행 기업은 '감소'

30일 증권예탁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CP(ABCP 포함)발행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65조4470억원에서 올 상반기 66조8783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일반 기업어음은 32조8626억원에서 37조8731억원으로 증가했다. 발행이 거의 없던 기업이 CP잔액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특히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서며 돈을 풀자 단기 자금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실제로 CP발행 기업은 지난해 상반기 154개에서 올 상반기 182개로 증가했다.

CP시장에 나타난 기업은 늘었지만 일반 기업의 CP규모가 1조원을 넘는 경우는 사라졌다. 지난해 말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CP잔액이 1조원을 넘었지만 올해는 각각 6850억원과 7064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원유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CP를 이용했지만 재무위험이 높아진데다 대출, 회사채 등 다른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적으로 1조원이 넘는 발행사도 감소했다. 올 상반기 CP잔액이 1조원을 넘는 기업은 현대캐피탈, SH공사 등 6개 업체로 지난해 상반기 7개보다 줄었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신용경색으로 CP차환이 안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CP 등 단기차입비중을 낮추는 것 같다"며 "CP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한다면 아주 효율적인 조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캐피탈 '줄고' 공기업 '늘고'

발행을 주도하던 카드 캐피탈사도 CP시장에서 자취를 감쳤다. 지난해 상반기 CP잔액 1조원이 넘는 7개 기업 가운데 카드·캐피탈사는 4곳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현대캐피탈 한 곳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1조원이 넘었던 기은캐피탈과 롯데캐피탈,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의 CP잔액이 모두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급감했다. 금융위기로 자산 확대에 나서기보다 리스크관리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의 발행은 급증했다. 올 상반기 CP잔액 1조원이 넘는 기업은 현대캐피탈을 제외하고 모두 공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SH공사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보다 발행규모를 늘렸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은 새롭게 CP잔액 1조원이 넘는 기업군에 합류했다.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데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자금조달에 나선 영향이 컸다.

은행권 CP매니저는 "금융위기이후 CP의 만기가 집중되거나 규모가 급증하는 일은 많이 사라졌다"며 "특히 공기업 CP 발행이 늘면서 CP의 만기가 길어지고 투자 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각의 우려처럼 공기업 CP가 일반 기업 CP를 구축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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