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쌍용차 코앞에 르노삼성 광고가?

평택(경기)=박종진 기자 | 2009.08.02 11:15

결렬된 나흘간의 노사 밤샘교섭...멀어지는 '쌍용의 꿈'

"연비 최고, '뉴SM3' 출시"

파업 72일째를 맞은 1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향하는 길목인 서해안간선고속국도 송탄인터체인지(IC)를 들어서자 르노삼성의 신차 '뉴SM3' 광고 현수막이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뉴SM3'는 사전계약만 지난달까지 1만8000대를 돌파하며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쌍용차의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도 기아차 '쏘렌토R', 현대차 '싼타페 더 스타일' 등 최근 출시된 각종 신차가 선풍적 인기몰이 중이다. 이달 말이면 쌍용차의 희망 'C200'(내년 초 출시예정)의 경쟁 모델로 꼽히는 현대차 소형 SUV '투싼' 신형도 나온다.

뜨거운 뙤약볕 속에서 쌍용차 노사는 2일까지 나흘째 '끝장교섭'을 이어갔지만 지루한 정회와 '내부논의'만 반복되다 결국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의 974명 중 400명 구제안과 노조의 무급휴직 확대·총고용 보장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달 30일 오전 전격적 노사단독 협상이 시작됐을 때 공장 안팎에서는 극적 타결의 기대감이 나왔지만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모두 지쳐가는 모습이다.

열흘이 훌쩍 넘는 단수와 의료진 차단 조치에 노조원들도 힘에 부친듯 점거 중인 도장공장 옥상 등에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노조원들은 경찰이 협상기간 헬기 저공비행과 최루액 살포 등을 자제하면서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해고 직원들도 본관과 연구동 등 공장 내 주요 건물을 오고가며 차분히 생산 재개를 준비했다. 하지만 푹푹 찌는 날씨와 늘어지는 협상에 "이젠 정말 죽겠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왔다.

공장 주위에 배치된 경찰들도 그늘에 힘든 몸을 누이고 정문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 중인 시민사회단체들도 촛불시위 등 일부 행사 때를 제외하면 더위와 싸우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


협상단조차 연이은 밤샘교섭에 지쳐 이날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불과 2시간 밖에 협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치고 있는 사람들은 이뿐이 아니다. 쌍용차 부품사들 중에는 이달부터 납품설비를 뜯어내고 공장을 임대주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밝은 한 교수는 "쌍용차에 대한 시장 참여자와 소비자들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사가 당장 협상을 타결하고 공장 점검을 거쳐 이달 중순부터 생산을 재개한다고 해도 불과 한 달 만에 회생계획안을 완성해 법원에 내야한다. 이후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회생을 이어간다고 가정해도 불황 속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최소한의 독자생존 기반을 갖춰야 인수자도 나선다. 첩첩산중이다.

협상이 이대로 완전 불발되면 사실상 파산이다. 파산 후 새 법인 설립안도 나오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정리해고 인원에 대한 총론적 협의 이외에 무급휴직 확대, 영업직 전환자의 정규직화, 일부 사업장 분사 등에는 의견접근을 어느 정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라도 다시 한 번 서로가 현실을 직시하고 주위를 추슬러 생산재개에 나설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노사협상 타결이 하루하루 미뤄질수록 '코란도'와 '무쏘'의 전설도 그만큼 멀어짐을 노사 모두가 절실히 공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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