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통요금이 비싸다?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기획부장 | 2009.07.31 11:46

인위적 요금인하보다 시장경쟁 통한 요금인하 유도해야

이틀 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이동전화 요금 국제비교 자료를 놓고 말들이 많다. 소보원은 몇 가지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이 비싸다'고 주장했다. 제시된 근거 자료는 메릴린치에서 1분기 보고서로 작성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요금자료를 분석해 국가별 순위를 매겨놓은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동전화 음성통화료는 OECD 26개국과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29개국 가운데 14위다. 이 가운데 음성통화량이 비슷한 15개국 비교에서도 우리나라 요금이 가장 비싸다. OECD 8개국과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10개국의 음성통화료를 비교한 자료에서도 가입자당 매출액(ARPU)과 음성통화매출액(MOU×RPM)은 1위다. 소보원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날 소보원 자료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라는 것이다. 단순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를 단순비교하면서 오류가 발생했고, 변수가 많아 직접 비교하면 안 된다는 메릴린치 보고서의 단서에도 불구하고 직접 비교해버렸다.

일례로, 소보원이 제시한 '가입자1인당 매출액(ARPU)'은 사업자 매출액을 가입자 수로 단순히 나눈 숫자다. 우리나라는 가입자가 실가입자여서 상관없지만, 유럽 등 다른 나라는 가입자인증모듈(USIM) 카드수로 가입자를 카운트하기 때문에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다.

그리스의 경우, 인구대비 이동전화 가입자가 202%인데, 이는 한 사람이 USIM 카드를 2개씩 갖고 있어서다.

분당음성통화요금(RPM)을 기준으로 15개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고 적시한 데이터도 '무료통화' 변수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 패널은 "OECD 연구결과는 요즘 다양하게 출시되는 정액요금제나 할인요금제를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서둘러 자료를 내놓은 소보원은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그런데 왜 소보원은 이 자료를 냈을까. 의문이 생긴다. OECD의 각국 요금비교 자료가 8월 11일 공개된다. 그런데도 소보원은 엉성한 비교자료로 '요금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토론에서 한 패널은 "중립적인 제3의 기관에서 요금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보원이 공정거래위원회 산하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이동통신 규제권한을 놓고 방통위와 힘겨루기하려는 양상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는 6월말 기준 4700만명이 넘었다. 이통사들은 타사의 가입자를 뺏기 위한 경쟁으로 매달 수 천 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다. '공짜폰'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요금경쟁도 치열하다. 망내할인, 결합상품 할인요금 등 가입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선택요금제로 유혹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재판매법과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진입문턱이 낮아져 요금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의 규제권 확대는 자칫 경쟁을 위축시켜 소비자 선택폭이 좁아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규제리스크가 커지면 기업들은 그만큼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여, 공정위의 속내가 '요금의 인위적 인하'에 있다면,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의 길은 더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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