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돈 버는 '녹색 가계부'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09.08.13 11:59

[머니위크]녹색 가계부를 써요

편집자주 | '녹색 가계부'는 머니위크가 그린쇼핑몰 이로운몰, 경제교육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전개하는 녹색생활 캠페인입니다.

만성적자 가계부에 시달리던 K씨. 어떻게든 적자 인생을 벗어나 보려고 재무설계사를 찾은 K씨를 향해 재무주치의가 묻는다.

“한달 생활비로 얼마나 쓰고 계세요?”
“음… 아이들 학원비랑 생필품비 값이랑 대략 300만원 정도요.”

그러나 잠시 뒤 재무주치의와 함께 생활비를 계산해 본 K씨는 깜짝 놀라고 만다. 결과는 '500만원 정도'. 맞벌이 부부로 일하는 K씨네 한 달 수입이 500만원을 살짝 웃도는 정도임을 감안하면 달마다 한달 수입에 맞먹는 많은 지출을 하고 있으니 적자가 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나 돈을 헤프게 쓰길래 한달 생활비가 500만원이나 드냐고? 아니, 그보다 먼저 한달에 500만원을 쓰는 K씨는 어째서 ‘한달에 300만원만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우리 집 숨어있는 지출을 찾아내는 일, 바로 ‘녹색 가계부’ 안에 답이 있다.

◆"안 쓰자는 게 아니라 잘 쓰자는 것”

녹색 가계부가 뭐지? 친환경적인 소비,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녹색'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걸로 보아서는 "이왕이면 에너지 소비 줄이고, 비닐 봉투 대신 시장바구니 사용하고 아무튼 친환경적인 가계 소비를 하자"는 말 같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녹색 가계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에듀머니의 박미정 팀장은 “녹색 가계부 운동이란 '전기세 아끼기 위해 불 끄고, 수도세 줄이기 위해 물도 아끼자'와 같은 행동 지침이 아니다"며 "우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소비 습관을 한번 돌아보고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왕 쓸 돈이면 잘 쓰자'는 것이다.

막연한 듯 들리는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하자 박 팀장이 부연 설명을 더한다. 모처럼 장을 보기 위해 대형 마트를 찾은 K씨. 빠듯한 생활비를 어떻게든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K씨는 아무런 고민 없이 '1+1' 햄이나 우유를 집어 든다. 이유는 하나다. 싸니까. 제대로 돈을 아끼고 나서 뿌듯하기까지 하다.

박 팀장은 "이럴 때 무조건 싸게 소비할 수 있는 햄을 4개 사는 것보다는 건강도 챙기고 돈도 아낄 수 있도록 유기농 과일 1개가 더 낫다"고 말한다. 그는 "보통 유기농 과일이 비싸다는 생각 때문에 가계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이들이 많다"며 "싼 제품을 여러개 선택해서 정작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에 지출을 하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제품을, 제대로 하나로 선택하는 게 절약에도 훨씬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소비습관 바꾸면, 구멍 난 가계비 줄인다

결국은 어떤 물건을 사야 하는 건지 선택의 문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명한 선택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박 팀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또 가장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소비 습관부터 점검하고 바꾸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박 팀장이 예를 하나 든다. 크게 마음먹고 최신형 세탁기 한대를 구입한 K씨. 아기 옷 빨기 기능이며 다양한 세탁기의 기능에 혹해 대형 세탁기를 집 안에 들여놓긴 했는데, 커진 세탁기의 크기만큼이나 늘어난 세탁기 뒤편 미세 먼지가 고민이다. 그래서 K씨의 해결책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새로 구매했다는 것.

우리 대부분의 소비 습관이 이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엔 청소기 한대를 사더라도 요즘은 진공청소기 옆에 스팀청소기, 또 소형청소기 등 여러 가지를 구비해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편리하긴 하지만 그게 꼭 필요한 지 한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박 팀장은 "가전제품 하나를 구입하기로 했다면 우리가 계산하는 건 가전제품 한대의 가격이 전부다. 하지만 그 가전제품을 소비함으로 인해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 또 세탁기 다음에 공기청정기처럼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일어나는 이후의 소비까지 다 가계 지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불편한 소비'가 답이다.

워킹맘인 K씨는 요즘 최신형 전기밥솥을 한대 사고 싶어서 고민 중이다. 일에 바쁜 K씨는 끼니때마다 밥을 매번 새로 하는 게 힘든데다, 요즘 전기밥솥은 기능도 다양해서 밥뿐 아니라 다양한 요리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K씨가 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전기밥솥의 최신 기능에 유혹당하지 않으면, 이것만으로도 K씨의 녹색 가계부 실천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기밥솥을 포기한 K씨는 요즘 가스레인지와 압력밥솥을 사용한다. 더불어 거의 매일 하던 빨래도 일주일에 두번으로 횟수를 줄이고 간단한 빨래는 직접 손빨래 하는 습관을 들였다.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면 전기코드를 빼 두는 건 기본.

박 팀장은 "당사자는 전기밥솥 하나를 포기한 거지만 이로 인해 절약한 비용은 전기밥솥 한대 가격 이상"이라고 말한다. 당장 K씨 집에서 매달 6만~7만원 정도 나오던 전기요금이 올 초부터 5만원대로 떨어진 것. 세탁기 사용을 줄이면서는 전기세뿐 아니라 수도세에서도 절약한 비용이 적지 않다.

박 팀장은 "녹색 가계부란 어떻게 보면 조금은 '불편한 소비'를 감수하자는 것"이라며 "생활의 편리를 포기함으로써 가계비 절약은 물론 환경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누가 봐도 '남는 장사'가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녹색가계부 나쁜 소비 체크리스트>
1. 나는 매월 내 돈이 어디에 쓰이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지 못한다.
2. 옷장에 무슨 옷이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3. 인터넷과 홈쇼핑으로 산 물건들이 많아 일주일에 한 번은 택배가 도착한다.
4. 먼저 쓰고 남은 돈은 저축한다.
5. 주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체크카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6. 주말에는 으레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1+1,행사상품을 잘 산다.
7. 언제 쓸지 몰라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8. 매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9. 냉장고 냉동실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10. 적금을 타서 써본 적이 없다.

(발췌 : <돈 버는 소비 심리학>엄성복, 이지영 지음/국일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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