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존엄사 판결과 생명연장

김진한 변호사 | 2009.07.31 09:43
국내 최초로 존엄사가 시행된 김 모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자발적인 호흡을 하며 현재까지도 안정적인 상태를 보임에 따라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 과정에 대해 다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존엄사' 허용 요건을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 △해당 병원 윤리위원회의 판단 △의사에 의한 시행 등으로 판단했고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대해 △의식 회복 가능성이 없을 것 △중요 생체기능의 회복 불가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의 조건에 해당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가운데 이용훈 대법원장 등 9 명은 의학적 소견을 종합해 볼 때 뇌사 상태에 가까운 환자가 자발적으로 호흡하지 않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만큼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창수, 안대희 대법관은 "담당 의사가 의식회복 가능성이 5% 미만이라도 남아있고 기대 여명이 4개월 이상이라고 판단한 점에 비춰 짧은 시간에 환자가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홍훈, 김능환 대법관도 "원고가 이른 바 돌이킬 수 없는 사망 과정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없다. 정신과 뇌의 기능은 오묘해 의학적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곧 사망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던 환자가 수년간 더 산 사례도 있다"고 하며 다수의견을 반박하였다.

존엄사 시행 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가끔 식물인간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소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극적인 사례로는,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뒤 19 년 만에 뇌의 신경조직이 자발적으로 연결, 스스로 치유되어 소생한 미국의 '테리 월리스'의 예를 들 수 있고 미국에서 1976년 혼수상태에 빠진 여성 환자 '카렌'이 재판을 통해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으나 10년이 넘은 1986년에야 숨진 예가 있다.


따라서 존엄사 시행 여부를 결정할 때 그 시행 결과가 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소생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료적 측면에서의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의 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존엄사가 현대판 고려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차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그 동안 암묵적으로 의사-환자 관계에서의 '의료행위'로만 여겨지던 많은 '존엄사' 관련 행위들이 법률적 기준의 '사회규범'으로 공감대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며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하며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 입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존엄사 입법에는 환자가 생전에 존엄사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존엄사 의사를 공증하는 절차와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며 존엄사 입법에는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이 지켜질 수 있는 내용이 삽입되어야 하고 존엄사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임을 판단하는 것은 판사가 전문적인 '의사'의 감정에 의존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 바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존엄사' 시행이 남용되어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반드시 차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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