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삼성전자 못들어가죠, 무서워서"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09.07.30 11:31

[1500증시 투자설명회 찾은 개인들]


유망 대형주 너무 올라… 설마설마 하다 '失機'
"펀드는 다시 안해… 원금만 되면 환매할 것"

"70만원짜리 삼성전자를 사라고요? 그러다 물리면요?"

29일 오후 4시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홍제지점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5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매주 한 차례 이런 자리를 갖지만 증시가 1500포인트를 돌파한 후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설명회장을 찾는 사람이 배 이상 늘었다.

휴가 중인 직장인, 주부, 대학생부터 야채배달을 하다가 짬을 내 들렸다는 청년에 이르기까지 온통 관심은 "지금 이 장에 들어가도 될까"에 몰려 있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이 곳을 찾은 주부 남모씨(58세)는 2007년말 6000만원어치 들었던 펀드가 아직도 -40% 수익률을 내고 있어 요즘 상승장에서도 속이 쓰리다.

"그때만 해도 주식은 개인이 하기 힘드니까 전문가가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만 믿고 맡겼죠. 이제 펀드는 절대 안합니다. 요즘은 주식이 나은 거 같은데 막상 사려니 다들 많이 올랐어요. 더 간다고는 하는데 이러다 물리면 펀드도 주식도 다 쪽박인데……."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종목이 대부분 대형주, 고가주인 터라 쉽게 담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이날 강의에 나선 최일종 홍제지점 팀장도 "종목 문의가 많아 주로 대형주들을 권유하는데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진 않는다"며 "올라갈 여지가 아직 있다고 해도 싼 종목을 찾으며 망설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조1167억원 순매도했다. 이번주 들어서도 개인은 연속 팔자로 일관하고 있다.

홍제동 시장골목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52세)는 원금 1억원으로 10년 넘게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장도 불안하다는 생각에 상반기 KT, 한국전력 등 경기방어주를 주로 샀지만 지금은 후회막급이다.

"이달 초만 해도 긴가민가 했죠. 그런데 1500을 넘으니까 아차 싶은 거예요. 저처럼 연초에 보수적으로 생각했던 개인들 지금 다 울고 있죠. 장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주변에 보세요. 개인들 중에 돈 벌었다는 사람 있나."

지난 3월 50만원대에서 삼성전자를 샀다는 주부 김모씨(61세)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지금은 삼성전자 주가 90만원을 넘어 100만원대 얘기도 나오지만 설마 더 오르겠냐는 생각에 이달 초 60만원에 모두 팔았다.

"팔고나니 바로 70만원 가던걸요. 외국인이 계속 살 줄 몰랐죠. 펀드 반토막에 손절매한 걸 이번에 만회하려 했는데……. 이젠 삼성전자 못 들어가죠. 무서워서."

증시 상승과 경기 회복 전망 속에 주식투자에 새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야채 가게에서 일한다는 최모(33세)씨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가 낯선 예비 투자자. 2007년말 2000만원어치 든 펀드 수익률은 아직 -20%. 원금 정도만 쥐면 환매해 주식 투자를 해 볼 생각이다.

"펀드는 이제 안하려고요. 주식 투자에 관심이 생겨서 요즘 책도 사서 보고 여기저기 설명회도 많이 다녀요. 처음이니까 우량주 위주로 조금씩 해봐야죠"

최 팀장은 "폭락장 때 학습효과 때문인지 개인들이 무리하게 대출 받아 투자하거나 자산 대비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며 "펀드는 원금 회복되는 대로 바로 환매하고, 기다렸다가 조정이 왔을 때 기회를 보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