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2라운드는 시작됐는데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09.07.30 09:51

비정규직법 시행 1달째

#공기업에서 일했던 A씨는 지난 8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2~3차례 근로계약을 경신하면서 일해 온 직장이지만,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정한 비정규직법 발효로 더 이상 계약을 하지 못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정규직 못지않게 해왔고 처우가 불만스럽지도 않았다. 시험을 봐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A씨는 "동료 하나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9일만에 해고됐다"며 "비정규직을 살리자는 취지의 법이 오히려 실제와 다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100만명 해고대란'을 우려한 비정규직 사용기간(2년) 제한이 적용된 지 30일이 지났다. 법 집행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4년 연장안'은 여당의 유예안에 밀려 유명무실해졌고 여당의 유예안도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개정이 무산됐다. 야당은 현행법을 유지하되, 정규직 전환 지원을 확대하라는 입장이다.

해고 숫자 두고 분분=가장 궁금한 것은 실제 해고된 비정규직의 숫자와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 개정의 방향이나 대책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가 없어 문제다. 중소 사업장에 흩어진 비정규직은 정부나 양대 노총의 레이다 망에서 벗어나 있어 '현장'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따로 소리를 낼만한 창구가 없는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소리없이' 해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4839명의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약 30%인 1901명이다.

반면 한국노총이 지난 15~20일 산하 2202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용기간 2년이 끝난 비정규직 중 68.4%가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무노조 소규모 사업장까지 포함한 노동부와 조사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부문 전환이 됐다.

노동부는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1만개 표본사업장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근원적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비정규직법, 2라운드 돌입=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겠다며 '원점 검토'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신상진 제 5정조위원장을 팀장으로 노동관련법 테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날 오전에는 당정 회의를 열고 법 개정안 마련은 물론 근본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의 유예안을 포함해 고용기간 반복갱신 또는 폐지, 정규직 전환 의무 비율 도입, 사용사유 제한 등이 다양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당장 법 효력이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해고를 막는 일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들고 나온 대책 중 하나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면제다. 올해 말까지 1인당 30만원씩 면제하기로 한 것을 추가적으로 면제기간을 늘리기로 한 것인데, 야당과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직접 지원과는 거리가 있다.

노동부는 직접 지원은 사중손실이나 부정수급 등이 우려된다는 점과 간접적인 기업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보험료 감면이나 법인세 면제 등 간접적인 지원에 중점을 둔다.

사용사유 제한이 가장 근본적 해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기간제한의 틀 안에서는 비정규직 대다수가 수시로 해고를 경험하게 된다"며 "극히 일부의 고용연장을 빌미로 기간 연장을 꾀하는 것은 옳지 않고, 사용사유 제한 등으로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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