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통신시장으로 보폭넓히기?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 2009.07.30 11:39

공정위, 중립기관에서 '요금평가' 주장...방통위와 갈등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시장으로 규제 권한을 본격 확대할 조짐이다.

지금까지 통신시장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는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기업 간 공정경쟁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차지했다. 사후규제 성격인 단말기 보조금 과다지급이나 불법 마케팅에 대한 제재조치 모두 이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는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싸고 비싼지에 대해 적정성을 평가했다. 또, 이동통신 대리점의 과장광고 문제, 서비스 가입에 따른 약관 미지급 문제, 결합상품 해지에서 발생하는 소비자분쟁 등 소비자 이익에 관련된 사후 규제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방통위가 소비자 문제까지 다룰 수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진 규제기관이라는 주장과 함께 공정위가 직접 이동전화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서 방통위와 공정위간 '규제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포문은 역시 요금...제3기관에서 요금을 정하자고?

시작은 역시 '요금'이다. 공정위는 지난 29일 산하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소보원)'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음성통화요금이 타국 대비 비싸다는 골자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소보원의 발표에 대해 방통위는 물론 학계에서도 국가선정이나 조사방식 등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며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가 아닌 공정위 산하기관이 이동전화 요금의 적정성을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어 소보원은 같은 날 '이동통신 분야 경쟁상황 평가 전문가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립적인 제3의 기관에서 요금 적정성을 평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나아가 결합상품이나 망내할인 등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핵심 요금제가 이용자 차별행위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결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이익이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실상 이동전화 시장에서 소비자 문제와 직결되는 요금 문제는 물론 이로 인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이용자 차별행위ㆍ요금해지 분쟁에 공정위 소비자법 적용?

이상규 교수(중앙대학교)와 김성천 박사(소보원)가 발표한 '이동전화 시장의 경쟁상황 평가'와 '이동통신 요금차별화에 대한 소비자법적 고찰'은 한 마디로 '소비자지향적인 이동통신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통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상규 교수는 "특정그룹을 대상으로 한 망내 할인이나 결합상품과 같은 요금제는 이용자 차별행위가 발생한다"며 "기본료(first best), 통화료 인하처럼 모든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요금제도가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더불어 "2005년도를 기점으로 사실상 요금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한 후 "망내할인의 요금할인 효과도 전체 8% 가입자가 13~18% 정도 인하 효과만 보고 있다"고 실효성도 제기했다.

김성천 박사도 이런 주장에 동의하며, "요금규제, 서비스분리규제, 유효경쟁정책 등 지금까지 정부가 추구해온 정책은 경쟁촉진과 소비자 후생증진 측면에서 제재정비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대규모로 독과점 이윤이 축적된 만큼 전반적인 이동통신비 인하가 필요하며, 요금구조의 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통신비 경감방안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김 박사는 △표준요금대비 비교요금표의 공시 의무화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심사기준 제정 △이용약관 작성 및 이용자 명시, 교부 의무화(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예외로 인정) △결합상품 해지 등에 따른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제시 등 여러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방통위, "규제 권한 제대로 행사 못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철환 경실련 부장은 "요금인가는 규제지만, 요금 인하를 오히려 억제하면서 기업의 과도한 이윤을 보장했다"고 방통위 한계를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역시 "2004년 9월 이후 표준요금 인하가 한 번도 안됐다는 것은 방통위(옛 정통부)가 요금인가 규제를 사실상 안했다는 의미"라며 "규제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왜곡된 요금구조가 형성됐다"고 동조했다.

반론도 있었다. 김희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제3 기관에서 통신요금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박사는 "전기통신사업법은 소매요금 인하는 신고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요금제를 인상할 때만 인가하는 형태로 바꾸고 있다"며 "요금인가제가 갖고 있는 경쟁제한적 요소를 개선해야 하지만, 현재 법구조상 인위적으로 요금을 낮출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또, "경제학에서 소비자는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소비자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라며 "소비자보호 이슈는 복잡하고 판단이 어려운 문제"라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호영 한양대 교수도 "개인사업자의 요금을 제3의 기관에서 정하는 것은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요금구조가 너무 낮으면 후발사업자가 생존하기 힘든 사정도 있어 (그간) 억제가 필요한 사정도 있다"며 "요금경쟁이 왜 안되는지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이를 찾아 문제를 푸는 것이 규제당국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교수는 "여러 금지 행위를 규정하는데 대해서도 통신규제 관할건 문제가 있으니 신중히 접근해야할 일"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동통신 정책을 공정경쟁 뿐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바라봐야한다는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방통위 정책이 규제완화와 시장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문제는 자칫 정책 혼란은 물론 사업자에 대한 이중규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방통 분야의 고유한 규제 역할을 자임해온 방통위가 같은 정부 기관으로부터 역할 한계와 정책방향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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