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대폰요금 가장 비싸다" 진실공방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 2009.07.29 15:00

소보원 발표에 방통위 "착시현상이다" 발끈

한국소비자원이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과 외국 이동전화 요금을 OECD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놓은 자료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이동전화 요금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마저 "변수를 감안하지 않아 착시현상이 발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29개국 중 14위?

소보원은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의 평균 음성통화 요금이 OECD 26개 국가와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29개국 중 1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음성통화량이 비슷한 15개국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가장 비쌌으며, OECD 8개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10개국의 1위 이동통신사업자와 비교했을 때도 3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국제로밍요금은 10개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에서 외국에서 자국으로(국내) 발신요금은 두번째로 비싼 반면 국가내 발신요금은 9위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밖에 SMS 요금은 10개국 이동통신사업자 중 10위로 가장 저렴하다고 밝혔다.

◇방통위 "USIM 가입자 등 변수 고려안해"

그렇다면 소보원의 발표에 대해 방통위의 평가는 어떨까. 방통위는 한마디로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입자 수, 무료통화 등의 요금제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소보원의 요금분석은 '메릴린치 2009년 1분기 보고서' 요금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분석한 각국의 '가입자 1인당 월평균 통화시간(ARPU)'은 쉽게 말해 사업자의 매출액을 '가입자'로 나눈 결과다. 문제는 ARPU 값을 도출하는 '분자'인 가입자 기준이 다르다는 점. 우리나라는 실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데 반해 대다수 국가는 'USIM카드 숫자' 기준이라는 점이다.

USIM카드는 한 가입자가 몇 개씩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결국 USIM카드 보급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분자 수가 늘어나 ARPU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비교 대상국가 중 하나인 그리스의 경우, USIM카드 보급은 202%, 즉 1인당 2개 USIM카드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USIM카드는 여러 휴대폰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결과는 1인당 개인의 평균 요금이 아닌 회선 당 발생하는 요금으로 봐야 한다. 한 사람이 몇 개 USIM으로 3개 휴대폰을 이용한다면 이 사람의 ARPU는 3개 요금을 합해 평균을 내야 한다.

방통위는 "메릴린치 보고서에는 이런 점이 분명 적시됐고, 이런 이유로 보고서에서는 요금을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까지 달았다"며 "그럼에도 소보원은 이런 조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각국 요금을 그대로 비교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결과로 보긴 힘들다"라고 비판했다.

분당음성통화요금(RPM)을 기준으로 15개국 중 가장 비싸다는 결론 역시 '무료통화'라는 변수가 반영 안됐다고 방통위는 평가했다.


외국은 상대방도 요금을 부담하기(착신과금) 때문에 무료 통화를 많이 주는 요금제가 일반적이다. 일예로 평균 100분 통화에 2만원을 내는 요금제가 있다고 할 때 사업자가 ARPU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300분 무료통화를 주고, 3만원의 요금을 내는 식이다. 즉, RPM 분모인 이용시간을 무료통화로 많이 주면 실질로 RPM이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요금수준이 낮아진 게 아닌 무료통화량이 늘어나서 발생하는 '지표'일 뿐이라는 게 방통위 분석이다.

국제로밍요금은 쌍방국의 '망 이용대가'가 고려되지 않았다. 협상력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요금협상에서 더 많은 망 이용대가를 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할 때 요금은 미국의 AT&T와 같은 사업자가 정하고, 거기에는 우리가 지불하는 망 이용대가가 다수 포함된다는 의미다. 오히려 체재국에서 체재국으로 통화하는 게 낮았다(9위)는 결과는 우리 망을 거쳐 나가기 때문에 요금이 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업자들은 "이번에 소보원이 발표한 로밍요금 비교는 미국이나 영국 사업자가 자국에서 우리나라로 전화걸 때의 요금을 대해 '비싸다'라고 말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들은 "OECD에서조차 한국의 로밍 요금(한국에서 타국으로 거는 요금)이 대단히 싸다"고 평가한다고 일축했다.

◇공정위, 소보원 앞세워 요금정책 개입?

이번 소보원 요금 비교 자료는 결과에 상관없이 '무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OECD에서 2년마다 발표하는 각국 요금 비교 결과가 오는 8월 11일 공개예정이었다. 방통위도 이에 대비해 OEC 분석 근거와 그 결과가 시사하는 바에 대해 스터디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 기관도 아닌 소보원이 요금 적정성을 비교해 서둘러 발표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결국 소보원의 이번 발표는 통신요금 인가에 개입하고자 하는 공정위의 의도"라고 평가한다. 공정위가 소보원을 통해 "국내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결론을 던지고, 현재 방통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여러 요금 관련 제도에 '태클'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방통위는 "일부러 특정 국가를 선택하고,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을 고민하고 있으니 그 차원에서 받아들인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방통위 내부적으로도 엄연히 주무기관이 있는데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를 발표한데 대해 탐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방통위는 8월 중순, OECD 발표를 기준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방통위가 준비하는 안은 소량 사용자를 위한 선택요금제 강화, 데이터요금제 활성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통위는 "이번 조사에서는 그나마 OECD를 포함 29개국 중 14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론 정도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며 "이 수준을 좀 더 낮추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