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에 입 닫은 애널리스트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09.07.29 14:52

변수많고 민감한 사안 "잘 해야 본전"

"기업을 통해 IB업무를 하는 증권사는 기업에 영원히 '을'이죠. 실적이야 잘한다·못한다 딱 떨어지지만 경영권 분쟁은 워낙 민감해서…"(A 증권사 연구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박찬구 오너형제의 동반 퇴진 발표 뒷날인 29일. 매일 아침 증권사들이 쏟아내는 수백건의 보고서 가운데 금호에 대한 것은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영권 변동은 주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재계 8위 그룹에 대한 시장 리포트가 없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오너 갈등이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유동성 이슈 등 변수도 많은 그룹이라 분석과 코멘트를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6월부터 동생인 박찬구 회장측이 금호석화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오너 형제 일가 간 지분 비율이 깨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금호산업에 대한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는 지난 2월 실적 전망을 담은 3건이 나온 후 뚝 끊겼다. 이달 들어 나온 금호석화 리포트 5건도 업황 및 2분기 실적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 지분 변동을 다룬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형제간 갈등이 표면화된 이번에도 증권가는 말을 아꼈다. 워낙 변수가 많은 사안인데다 자칫 부정적 보고서가 나올 경우 항의는 물론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자본조달 등 기업 IB업무의 수수료 수입 비중이 큰 증권사 입장에서 금호와 같은 재계 수위의 그룹에 미운털이 박히면 좋을 것이 없다고 증시관계자들은 토로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 탐방을 가도 경영권 등 민감한 부분은 회사측에서 언급을 자제할 것을 요청해 자의반 타의반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최근 IB업무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의 '갑' 위치가 더 공고해졌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그룹 리스크 탓에 금호석화, 금호산업 등은 이미 변동성이 상당히 큰 주식으로 평가받는다"며 "그룹 방향성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때까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유보한 상태여서 시나리오만으로 공식 언급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남은 변수가 적지 않다 면서도 경영권 분쟁이 확대될 경우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격인 금호석화에 대한 지분 경쟁으로 금호석화 주가가 단기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측의 승리로 끝난다면 금호석화가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로 급락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 매각도 중요 변수다.

대우건설 매각 차질은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을 늦추는 것인 만큼 금호산업 등 그룹 주가에 확실히 악재이기 때문. 하지만 그룹의 이번 상황은 대우건설 매각에 중립적 뉴스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창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미 대우건설 매각 주체는 그룹이 아니라 채권단으로, 매각 일정대로라면 10월 매각 공고 시기를 전후 해 사모 및 해외 펀드, 분할 매각 등의 다양한 방법이 도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호석화는 장초반 급등하며 12.4%까지 올랐지만 오후 2시19분 현재 0.63% 오른 3만1700원에 거래되며 상승폭을 줄였다. 금호산업은 6%, 금호타이어는 4%대 낙폭을 보이고 있고 대우건설은 1.94% 하락 중이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하며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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