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측 왜 아무말 없나

이진우·김보형 기자 | 2009.07.29 10:42

귀가 않고 '침묵'.."모처서 대응책 마련" 관측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하며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근 기자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동반 퇴진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5년 형제경영'이 막을 내린 지난 28일,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은 다음날 새벽까지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저녁 일찍부터 집안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집안에서 전화를 받은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어디 계신지 모른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후에는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아무도 받지 않았다.

박찬구 회장은 29일 아침까지도 자택으로 귀가하지 않은 채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28일 이사회 이후 박찬구 회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뭐라 말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은 29일 오전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회장직에서 전격 해임된 박찬구 회장 측이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28일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해임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당일 아침 지인들과 조찬모임을 갖는 등 정상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만큼 충격이 컸을 것이다. 이에 따라 박찬구 회장은 자택이 아닌 제3의 장소에 머물며 충격을 달래는 한편 측근들과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찬구 회장 측이 이번 이사회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해임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라면 이사회 해임절차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벌어졌던 재계의 '형제의 난'의 경우 한쪽에서 공격을 하면 다른 쪽에서 곧바로 입장표명 등을 통해 반격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박찬구 회장 측 침묵'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일단 박찬구 회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해임통보를 받은 데다 현재로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다른 총수일가의 지분을 동원해 해임을 결정한 만큼 자칫 집안전체를 '타깃'으로 삼게 될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박삼구 회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박찬구 회장 해임결정이) 이사회 결의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법적하자는 없다"고 못 박은 것도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그룹 측 관계자는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소지를 만들겠느냐"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 측이 손을 쓸 여지를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 측이 계속 '침묵 모드'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격이든, 다른 수습책이든 모종의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크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가족(형제)간 갈등의 차원을 넘어 재계 전체의 주목을 받는 사안이 됐다.

재계는 박찬구 회장이 침묵에서 벗어나 언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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