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의 1년 같았던 1시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9.07.28 19:34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실제로 벌어지다니..."

28일 오후4시경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박삼구 회장의 긴급 기자회견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그룹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3층에 위치한 홍보실엔 구체적인 기자회견 내용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같은 층에 운영되고 있는 기자실에도 속속 출입기자들이 모여들면서 북적댔다.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기자들은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26층으로 바로 올라가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사무실로 올라가는 임직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다.

10여 분이 지나면서 기자실을 중심으로 박찬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의 해임설이 흘러나왔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박 회장의 해임을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면서 대주주간의 경영권 분쟁과 석유화학 부문의 계열분리 가능성 등 그룹 내 갈등설의 핵으로 부각돼왔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의 해임은 기자회견에서 발표될 내용의 일부일 뿐"이라며 "더 중요한 내용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박 회장의 해임설이 서서히 사실로 확인될 때쯤 또다시 박삼구 회장도 동반 퇴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저기서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자회견장으로 올라가는 기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있는게 없다"며 "기자회견에서 모든 내용이 나오지 않겠냐"는 답답한 설명만 되풀이했다. 아예 말없이 피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리고 오후5시. 기자회견장에 빽빽이 들어찬 기자들 사이로 박삼구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총수일가는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형이 동생에게 그룹경영권을 물려주는 그룹의 '아름다운 승계' 전통이 깨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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