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파국, 금호 박삼구 영향력 이어질듯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9.07.28 19:36

'가문의 룰' 깨지면서 형제경영 종말 예고...'전문경영인체제' 지속 미지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고 경영층이 형제간의 갈등으로 오너 일가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28일 전격 바뀌었다.

최근 오너가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 경쟁 등으로 이미 '형제 경영체제'의 파국은 예상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직을 맡을 박삼구 회장이 당분간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삼구 "어떤 계약이든 지켜야 한다"

금호그룹은 두산그룹 등과 함께 형제승계라는 전통을 이어왔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에 이어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 차남 고 박정구 회장이 각각 연이어 그룹을 맡았고 3남 박삼구(64) 회장은 4대 회장이었다. 순서대로라면 4남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이 다음 차례다.

하지만 최근 박찬구 회장 부자(父子)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금호산업이 자회사 대우건설 매각으로 지주회사 자격을 잃으면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금호석유화학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을 앞두고서다. 이는 대우건설 인수·매각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 측이 박삼구 회장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애초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과 박삼구 회장 부자, 박찬구 회장 부자 등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10.01%씩 동일하게 보유하는 '황금룰'을 지켜왔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 부자는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는 한편 이달 중순까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여 16일 현재 박찬구 회장과 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의 지분은 모두 18.47%로 늘어났다.

박철완 부장과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도 주식 매집에 나서며 갈등은 증폭됐다.

지난 13일 열린 고 박정구 회장의 7주기 추모행사에선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시종 무거운 얼굴로 별 말도 없이 4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만남을 가져 파국을 예고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동생을 물러나게 한 결단을 발표하면서 "어떤 계약이든 지켜야 한다"며 '가문의 룰'을 어긴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효한 '65세룰'...일단 '박삼구 파워' 유지될 듯


박삼구 회장은 오는 31일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이 제5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지만 그룹 지배력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명예회장으로써 책임경영은 계속할 것이며 그룹이 약속한 재무구조 약정이행에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그룹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그룹 오너이자 경영 최고 고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공교롭게 박삼구 회장은 올해 64세로 65세에 퇴임하는 금호의 '65세룰' 적용도 아직 받지 않는다.

특히 새 사렵탑에 오른 박찬법 부회장과 박삼구 회장은 45년생 동갑내기로 '친구'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그간 그룹을 함께 일궈온 막역한 사이다. 박찬법 부회장은 평소 "박삼구 회장은 너무 오래 모셔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경영인체제'로 그룹을 꾸려가되 매각과 인수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박삼구 회장의 '큰 그림' 차원에 결단과 의중이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선대회장이 살아계실 때 내가 유고하면 내부의 전문경영인이나 외부의 덕망 있는 분을 경영인으로 모시기로 결정했었다"며 "(박찬법 신임 회장이)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철완(32) 부장, 박세창(35) 상무 등 아직 30대에 불과한 오너가 3세들이 나이가 더 들면 3세 경영체제로 이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박찬구 회장이 법적 대응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져 형제간 갈등이 지속될 경우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지배구조가 상당기간 안정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