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달러는 환호, 1000원은 울상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07.29 08:23
"아침에 호텔방문을 열었을 때 베갯머리에 1달러가 있으면 환호하고 1000원이 있으면 울상이 됩니다."

얼마전 휴가차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다녀온 기자는 현지가이드에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현지에서 우리나라 화폐인 '원'(won)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비교적 한국관광객이 많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선 국가적으로 통용되는 달러뿐 아니라 한국돈도 사용된다. 현지 금융기관이 환전을 해주진 않지만 어느 정도 모아가면 현지에 나가있는 한국인이나 가이드를 통해 달러로 바꿀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1년간 한국돈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자 정도는 심해졌다.

1달러를 얻기 위해선 1000원에 500원이 더 필요한 셈이니 그들의 입장에선 1000원보다 1달러를 선호할 만도 하다. 아직도 한국인이 머물고 간 객실을 정리하는 호텔직원들은 팁의 화폐단위가 무엇인지에 따라 울고 웃는다고 한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인들도 비슷한 인식이다. 캄보디아의 최고유적지 앙코르와트에서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버는 현지인은 기자에게 멋진 배경으로 사진찍기를 권했다.


흥정을 해보려는 마음에 "1달러?"라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No!(아니오) 1000원!"이라고 정색을 했다. 1달러보다 더 싸니 마음껏 찍으라는 뜻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였다. 지난해 5월까지만도 세자릿수. 1달러보다도 1000원의 가치가 더 컸다. 그만큼 1000원은 1달러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현지에서 환영받았던 것도 두말할 나위 없었다.

상황은 바뀌었다. 길가에서 부채와 팔찌를 들고 "원달러"를 부르는 현지 아이들에게 "1000원?"이라고 해도 "No, No"라는 답만 돌아왔다. 미국에서 불어닥친 금융위기 폭풍에 정작 한국돈이 생채기를 입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소비심리가 몇달째 오르고 제조업 체감경기가 좋아지는 등 국내지표들이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 증시는 오름세고 원달러 환율도 1230원대로 한창 때보다는 떨어졌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될 만하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돈의 위상을 체감하니 금융위기가 할퀴고 간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1년간 교훈을 너무 쉽게 잊어선 안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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