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이메일 보내는 공무원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 2009.07.28 12:00

보안위해 상용메일 차단, 공용컴퓨터 이용 업무 지장 초래

↑지난 10월1일부터 관공서에서는 상용메일을 사용할 수 없다.

# 공무원 A씨, 업무상 자료를 이메일로 전송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자료를 다 정리한 A씨는 보안 저장장치에 자료를 옮겨 부서 한가운데 있는 공용컴퓨터로 달려간다. 메일을 보내고 자료를 확인하던 A씨, "아차, 빠진 부분이 있다."같은 과정이 다시 반복된다.


관공서 전상망과 외부 전산망이 분리된 국방부, 방통위, 국정원 등의 관공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개인에게 지급된 컴퓨터로 메일을 보낼 수 없다. 지난해 10월 1일 '공직자 e-mail 통합규정에 관한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대통령 훈령 제141호)'에 따라 네이버, 다음 등 상용메일 서비스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업무 상 외부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우선 부서에 지급된 보안 외부저장장치(USB)에 자료를 옮겨야 한다. 그 다음 부서 공용의 외부메일 전송 컴퓨터로 가서 지정된 보안 절차를 통과한 후 메일을 보내야 한다.

불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낸 메일의 수신확인이 불가능하므로 수신자에게 따로 연락을 해줘야 한다. 더 문제는 공무원에게 송신된 메일은 즉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별도의 연락을 부탁해야 한다.

또 급한 수정이 필요한 경우엔 다시 보안 USB에 담아 업무용 컴퓨터로 뛰어야 한다. 공용 컴퓨터에는 어떤 편집프로그램도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상망이 외부와 분리되지 않은 관공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개의 관공서에서는 '대한민국 정책포털(mail.korea.kr)'에 가입해 업무용 컴퓨터에서 외부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그래도 공무원의 불편함은 여전하다. 우선 인증서로 로그인하기 때문에 회사가 아니면 메일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

공무원 H씨는 "(정책포털은) 로그인뿐만 아니라 첨부파일을 보내는 데도 불편하다. 서버다운이 잦고 다음에서 제공하는 대용량 첨부메일은 아예 다운로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보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내부의 기밀문서나 정책자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부로 나가는 이메일의 전송기록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메일이 발송되는 출구를 최대한 좁혀서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공무원 사이버 보안 업무 담당기관인 국가정보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국정원 측은 "현재로서는 이 방법보다 나은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기술력이 보완되면 개선할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카이스트 통신시스템 인터넷보안 연구실의 김세현 교수는 "전산망을 분리하는 것이 보안에는 효과적이다. 보안과 업무효율성을 따져 판단해야할 것"이라 조언했다. 김교수는 "결국은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업무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시스템이 고안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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