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시장이 과잉대응할까 걱정"

더벨 황은재 기자 | 2009.07.28 10:01

[채권운용전략:증권사편]④박태동 삼성증권 채권운용파트장

편집자주 | 금융위기의 두려움이 한 풀 꺾였지만 금융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구원 조치가 중단되고 시장 스스로 정상화를 모색해야 하는 단계이다. 경기 혼조, 인플레이션, 달러 약세 등의 갖은 변수가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환기를 맞고 있는 2009년 하반기 금융시장을 채권운용전문가들에게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07월20일(13:3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책금리를 내릴 때는 빨랐지만 올릴 때는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속도로 올릴 것이다. 한국은행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금융시장이 통화정책 변화 에 과잉 대응을 할 수 있다"

2007년 하반기 자본시장통합법 본격 논의되면서 외국금융회사에서 트레이딩 경험을 쌓았던 인력들이 국내 금융회사로 이동이 시작됐다. 삼성증권에서 원화채권, 외화채권, 파생상품 등 채권운용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박태동 파트장(사진)도 그 해 10월에 BNP파리바에서 옮겼다.

수년간 국내 이자율 시장을 움켜쥐었던 그였지만 올 하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국면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변곡점에 있다고 단언했다.

◇ "기대의 충돌,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과민 반응 우려"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의 축이면 운용은 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 후행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배럴당 70달러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기대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경기 역시 회복 기대가 있는가 하면 비관론 역시 만만치 않다. 금융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관점이 비슷한 힘의 크기로 충돌하고 있는 불안한 상태이다"

불안한 균형 상태에서는 평소에는 영향을 주지 않던 것들이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6월 이후 국내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금리 급변동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채권시장은 특히 CMA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편입 채권의 만기가 1년 미만으로 통화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만 해도 채권운용파트에서 운용하고 있는 채권규모가 6조2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5조원이 CMA 관련 채권 보유이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두배 가까이 늘었다.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금리 인상)에 금융시장이 과잉 대응해 일시적인 금리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점이 올 하반기에 가장 우려된다. 다만 MMF(머니마켓펀드)와 CMA의 합을 보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증권은 국고채와 통안증권, 산금채로 CMA를 운용하고 있고 헤지 거래도 충실히 하고 있어 금리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장기채권 시장 전망을 묻자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요약하면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 유입 규모와 이에 따른 정부의 대응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월 정부가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 실시한 국고채 IR에 동행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채권 투자 열기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IR을 해보니 국고채 투자에 기대 이상의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국고채 10년물 유동성 확보를 주문했다. 정부가 하반기에는 국고채 장기물 발행을 늘릴 것으로 본다. WGBI 편입 등을 감안하면 150~200억달러 가량의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 FICC라고 부서 명칭을 바꾸지 않은 이유

박 파트장이 삼성증권 채권운용파트장을 맡으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체질' 변화였다. 지난 2007년9월 삼성증권으로 가기 전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운용 스타일과 위험관리 기능을 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맺었을까.

"처음 왔을 때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이자율스왑(IRS) 북(Book) 관리를 거래내역 리스트만 정리해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거래 방향도 IRS 페이(고정금리 지급, 변동금리 수취)만 있었어요"

한마디로 관리가 안 됐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외환, 상품(Comodity), 이자율파생까지 전 부분을 아우르는 FICC 팀을 구축했으며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채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2억달러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그에 상응하는 위험관리 체제도 구축해 짧은 시간에 체질 개선을 이뤘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채권 중심에서 외환, 상품까지 수평적 확대가 이뤄졌지만 자체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능력인 '수직적 학대'는 과제 해결 중이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 같았으면 FICC 부서로 이름을 바꿔 달았겠지만 채권운용파트라는 부서 명칭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정도 상품에 대해 자체생산 할 수 있을 때 FICC라는 부서 타이틀을 붙일 예정이다. FICC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올 상반기는 얼마나 벌었을까. 올해 목표한 수익은 이미 달성했다고 한다. 목표 규모가 수백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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