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협상의 달인 되기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07.31 09:29

[머니위크 커버스토리]비싸게 파는 법/ ④성공적인 연봉협상법

편집자주 | 자신의 가치를 100% 인정받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원한 화두다. 물품에서 노동력까지. 매일 수많은 경쟁 대상들 사이에서 비교되고 평가받는다. 1등 신부감 되기, 외모 경쟁력 높이기, 연봉 높이기, 경력관리 등 자신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중고물품에서 고가 브랜드 마케팅까지 '비싸게 파는 비법'을 취재했다.

지난 2001년 박찬호가 5년간 65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845억원)에 텍사스행을 확정했을 때, 적어도 야구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능력에 감탄했다.

박찬호가 LA 다저스 시절 올렸던 성적도 아주 좋았지만 텍사스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보여준 보라스의 철두철미한 협상능력이 이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당시 내ㆍ외신의 공통된 견해였다.

보라스는 텍사스구단으로부터 박찬호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각종 데이터를 협상 테이블의 근거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에게 연봉협상은 한해 농사를 가늠할 중요한 자리다. 연봉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은 각종 기준을 들어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이를 연봉 인상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그만큼 연봉협상의 근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객관화 된 데이터는 연봉협상의 기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성공하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문서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캇 보라스의 예에서 보듯 직장인은 연봉협상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있어야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능력을 평가하는 사람이 주로 직장상사이기는 하지만 개개인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모아놓지 않는다”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던 업무에 대한 자료를 평소에 잘 만들어놔야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민희 이미지21 대표는 “‘나’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하 대표는 “대기업이야 성과의 평가기준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부족한 편”이라며 “막연히 월급을 올려달라고 외치는 것보다 자신의 회사 기여도를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연봉 협상 시 나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 대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연봉협상 과정에서 ‘회사가 작년보다 매출이 늘지 않았습니까?’, ‘다른 팀원에 비해 제가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식의 주장으로 연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소홀히 해선 안될 조직 융화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는 성과주의만 통하는 게 아니다. 인간관계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기업 대표 등 인사권자와의 관계는 아주 중요하다.

헤드헌터 기업인 할씨온서치의 캔더스 김 대표는 “보스와의 관계감을 높이는 것이 연봉협상에서 성공하는 기초적인 단계”라면서 “평가란 주관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언제든지 대표나 인사권자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정치에만 몰입하는 사람은 결국 쓴잔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자기 일만 잘하고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사람에게 후한 점수가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김용섭 소장은 '창의적 인재'가 연봉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업무개선안'이나 '마케팅 방식의 변화' 등 꼭 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조직 전체의 수익을 높이는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에게 몇푼이라도 더 주고 싶은 것이 관리자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몸값, 스트레스 될 수도

성공적인 연봉협상에 대한 기준은 누가 주체냐에 따라 다르다. 앞선 사례에서 볼 때 박찬호와 보라스는 높은 금액의 성과물을 얻었지만 텍사스레인저스구단은 한동안 ‘과잉 투자’라는 팬들의 비난을 들었다.


박찬호에게도 역풍이 있었다. 구단이 받은 비난만큼이나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는 책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에서 "높은 연봉에는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따라 다닌다"며 " 편안하고 안전한 직장을 원한다면 높은 연봉을 피하라"고 충고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면 높은 연봉에 대한 미련을 접는 게 좋다. 실제로 연봉협상에서 몸값을 낮추는 계약도 종종 발생한다. 직장인 A씨도 그런 경우다. 모 의류 브랜드에 디렉터로 영입된 A씨는 최근 3000만원을 낮춰 회사를 옮겼다.

기존 연봉 8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데는 다름대로 이유가 있다. 연봉에 상응하는 업무부담을 낮추면서 성과에 따라 부족분을 보완할 수 있는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박은령 엔터웨이파트너스 전무는 “나이와 경력이 많을수록 연봉에 덜 집착하는 편”이라며 “연봉을 낮춰 가더라도 자율권한이 높은 자리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미는 기본, 시장 수준에 맞게

전자업계에 종사하는 40대 B씨는 국내 대기업 출신으로 미국에 주재원으로 오랫동안 일한 인물이다. 그는 국내 귀국하면서 이직하는 조건으로 2억원에 가까운 연봉에 집과 자동차를 처우 조건으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꿈의 대우를 그리던 B씨는 결국 해당 기업으로부터 계약 파기를 통보받았다. 임영희 엔터웨이파트너스 과장은 “B씨가 처우 조건에 포함된 거주지와 자동차에 상세한 단서를 달면서 기업 인사부와 신경전을 벌인 것이 원인이 돼 영입 자체가 무효화 됐다”고 전했다.

꼼꼼한 것은 좋지만 인간미가 없을 정도의 과도한 집착은 그릇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주현 솔루션 상무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고 충고한다. 만약 국내 기업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면 해당 기업의 연봉정보를 챙겨보고 그 연봉 수준에서 과도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조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많은데, 특히 연봉에 관한 한 경직도가 더 높다.

따라서 연봉협상 전에 해당 기업의 희망 직급 연봉수준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외국계 기업의 경우 ‘성과주의’가 더욱 강해 상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손 상무의 귀띔이다.


협상전문가 김기홍 부산대 교수가 말하는 연봉협상의 자세

1. 자신의 객관적 정보를 확보하고 협상장에 임하라.
2. 경쟁사 등 더 좋은 대우를 주는 곳에 대한 정보를 협상자에게 흘려라.
3.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주눅 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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