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하나로 국내 자동차 다 만든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07.29 10:59

[머니위크 COMPANY]쇳물 역사 또 다시 쓴 포스코

포스코가 또 새 역사를 썼다. 포스코는 7월21일 단일 고로(쇳물을 녹이는 용광로) 가운데 생산량으로 세계 최대인 광양 4고로의 화소식을 갖고 연산 500만톤 시대를 열었다. 광양 4고로의 생산량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소비하는 전체 철강 재료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용광로의 내부크기는 5500㎥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 최대 규모였던 광양 3고로의 4600㎥보다 900㎥ 더 크다. 세계에서도 다섯번째 규모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로는 일본 신일본제철의 오이타제철소(5775㎥)가 기록하고 있다. 이어 러시아 세베스탈의 체레포베츠제철소(5580㎥), 신일본제철의 기미츠제철소(5555㎥), 독일 TKS의 슈벨게른제철소(5513㎥) 순이다.

하지만 일일 출선량을 비교하면 광양 4고로가 세계 최고다. 포스코에 따르면 이 고로의 일일 출선량은 1만4000톤이다. 이를 연산으로 환산하면 511만톤. 국내 자동차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400만대의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은 여기서 나온 이야기다. 상위 4개 제철소의 연간 생산량은 400만~480만톤 수준이다.

단위면적당 생산되는 쇳물의 양을 나타내는 출선비는 2.6t/d.㎥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유명 철강사들의 출선비는 2.1~2.2t/d.㎥에 머물고 있다. 광양제철소 평균이 2.29 t/d.㎥, 광양 3고로가 2.68 t/d.㎥다. 광양 3고로는 지난해 일일 출선량 1만4809톤을 기록해 세계 최대의 생산력을 뽐낸바 있다.

◆일본 견제 속에 이룬 역사

포스코가 1968년 창립 이후 41년 만에, 1973년 포항제철소 1고로 가동 이후 36년 만에 이 같은 설비를 갖춘 데에는 남다른 우여곡절이 있다.

포항 1고로가 일본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에서 공수되는 등 그동안 포스코는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2차 석유파동 이후인 1970년대 후반에 들어 세계 철강업계의 불황에 직면하면서 선두권의 철강사들은 후발 철강업체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항제철이 성공적으로 가동되자 일본 철강업계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부메랑 효과’를 내세워 기술이전을 기피한 것도 값싼 한국 제품이 일본 철강시장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기술이전 기피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글에서 잘 드러난다. 박 회장은 언론 기고에서 '일본 철강업계가 교묘하게 방해공작을 펼쳐 미국, 유럽 철강업체들에게 포스코에 돈도 기술도 주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술회했다.

박 회장이 협상 대상지역을 유럽으로 선회하면서 양국의 철강싸움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일본의 협력 없이 제철소를 설립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일본 업체들은 경제 불황 상황에서 수주물량을 유럽에 전부 넘겨줘서는 안된다며 자발적인 기술협력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결국 박 회장은 일본의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보다 20% 싼 금액을 제시한 영국의 데이비매키의 설비를 도입해 광양 1고로를 탄생시켰다.

한편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포스코는 기술개발연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977년 자체 기술연구소, 1986년 포항공대, 1987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은 일본의 기술이전 기피로 인해 생긴 결과물이다.

◆'행복한 꿈'의 원천은 기술력

포스코는 초대형 고로를 준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철강사들의 기술을 포스코 고유의 기술로 승화 발전시켰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현장 직원과 엔지니어가 학습동아리 등을 통해 공정간 벽을 허물고 수시로 기술개발 토론을 한 것이 고유 기술화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내의 기술 토론 문화는 곧 조업 속도로 드러났다. 광양 2고로는 조업 시작 16일 만에 정상 조업도를 달성해 당시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어 포항 3고로가 화입 5일 만에, 광양 2고로가 3일 만에 정상 조업도를 달성하며 기록행진을 이어갔다.

2007년에 개수한 광양 3고로는 냉각능력과 내구성이 뛰어난 구리재질을 사용해 고로 수명을 평균 15년에서 20년 이상으로 늘려 화제가 됐다. 고로 수명 20년은 포스코 최초의 고로 1대기 수명인 6년2개월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포스코의 이러한 쇳물 제조기술의 발전은 환경보호, 저품위 원료사용 등 세계 철강업계의 숙원 과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제철기술 개발을 가능케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이넥스공법. 이 공법은 세계적으로 풍부하고 저렴한 가루형태의 철광석을 사전가공 없이 대량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1992년부터 개발해 15년 만인 2007년 5월에야 상용화에 성공한다. 포스코 특유의 끈기와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산물이다.

2009년 세계 최대 생산 고로를 갖춘 포스코는 기술력을 앞세워 또 한번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제련기술의 경쟁력인 ‘고 출선비, 저 환원제비, 저가 연ㆍ원료’라는 삼박자를 이뤄낼 '꿈의 고로' 개발이다.

◆'그린 카드' 정준양의 무한도전

7월21일 전남 광양에 위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다섯 명의 작업복 차림의 연세 지긋한 남자들이 제자리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1년 전 방송된 MBC 무한도전 <대체에너지 특집> 편을 보는 듯하다. 무한도전 대체에너지 특집은 환경과 에너지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기획이다. 당시 방송에서는 6명의 멤버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전진하는 소형 버스를 만들어 웃음과 교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4고로 화입식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채화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보통 채화는 렌즈를 이용해 태양열 방식으로 하게 되지만 이날에는 독특하게 자전거 발전을 통해서 불씨를 얻은 것. 포스코 경영철학 중 하나인 환경경영 실천을 담은 퍼포먼스였다.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친환경 사업에 더욱 정열적이다. 정 회장이 녹색성장추진 사무국을 회장 직속으로 둔 것만 봐도 그렇다. 세가지 경영이념 가운데 열린경영, 창조경영과 함께 환경경영을 채택한 것도 정 회장의 환경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포스코는 환경경영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이다.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연료전지 공장에 201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에는 포항과 광양에 1MW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소환원 신제철법 개발에도 착수했다. 탄소 대신 수소를 제철에 적용해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막는 기술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위원회급 친환경 성장 전략기구를 만든 포스코. 신성장동력으로 ‘그린 카드’를 꺼내든 정준양 회장의 무한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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