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도 소용없는 '恨펀드'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 2009.07.30 09:21

[머니위크]장기투자 '불가판정' 났으면 환매하라

올 초 직장동료인 김씨와 이씨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며 서로의 하소연을 듣고 있었다. 김씨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다가 깡통펀드가 됐다고 울상이었고, 이씨는 일본펀드에 투자했다가 역시 반토막이 났다고 개탄했다.

6개월여 지난 지금, 김씨는 이씨 앞에서 펀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김씨의 펀드는 그 사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이씨의 펀드는 여전히 반토막에 가깝기 때문이다. 올 초만 해도 펀드 투자를 할 때 이심전심 이야기가 잘 통했지만,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같은 해외펀드지만, 어느 국가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탓이다.

펀드라고 해서 한꺼번에 뭉뚱그려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펀드 내 옥석의 구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처럼 엇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글로벌 동조화란 말도 천양지차인 펀드 수익률 앞에서 그저 무색하기만 할 뿐이다.

장기투자를 하면 무조건 펀드에서 수익이 난다는 것도 반은 거짓말, 반은 진실이 됐다. 왜냐면 잘 고른 펀드는 장기투자로 고수익을 얻은 것이 맞지만, 어떤 펀드들은 3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해도 여전히 반토막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펀드냐 해외펀드냐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고, 해외펀드 내에서도 이머징마켓이냐 글로벌이냐 등에 따라 차이가 났다. 펀드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은 펀드와 살아남지 못한 펀드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는 셈. 그만큼 펀드를 투자할 때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해졌다.

◆글로벌 동조화는 옛말, 국가별로 희비 엇갈려

펀드수익률을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은 전문가별,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장기투자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3년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연초를 기준으로 놓고 먼저 살펴보면 대부분 펀드들이 플러스가 났다. 국내 주식형이 33%, 해외 주식형 가운데 인도가 56%, 중국이 41%로 특히 선전했다.

하지만 해외부동산형은 0%, 유럽이 3%로 수익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고, 일본주식형은 -2%로 손실을 면치 못했다.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난해 말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국가별로 차이가 두드러졌다.

3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봤을 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3년 기준 펀드수익률은 국내 주식형이 29%로, 연 평균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거뒀다. 해외 주식형 가운데서도 아시아 신흥국이 41%, 인도주식형이 6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주식형펀드는 -31%, 유럽주식형은 -28%, 일본주식형은 -44%, 해외부동산형은 -30%, 커머더티형은 -31%로 수익률이 매우 부진했다. 3년을 묵혀두었어도 수익이 나기는커녕, 30~40%가량 원금에 손실이 난 것이다.

◆묵혀도 소용없는 한(恨)서린 펀드, 왜?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부진했던 펀드들의 공통점이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주식형펀드가 그렇고 유럽주식형펀드도 그렇다. 해외 부동산형펀드와 일본주식형펀드의 부진한 성과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펀드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단락이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불안감이 남아 있어 이것과 연관된 국가의 주가 회복속도가 더디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덕분에 해당국가 펀드수익률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이 없는 이머징 국가들까지 심리적인 요인으로 폭락을 면치 못했지만, 이들 국가는 패닉 상태가 진정되면서 가파르게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펀드의 수익이 가장 저조한 것은 위의 요인 외에도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는 장기불황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恨) 펀드 정리할까? 말까?

이처럼 펀드 가운데서도 아무리 묵혀도 돈이 되기는커녕 한(恨) 만 쌓이는 것들이 있다. 마냥 들고 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장기투자 불가' 펀드들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들고 있어도 수익이 나지 않는 펀드들은 더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지켜보면서 서서히 정리하는 쪽이 낫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또 펀드라면 정기예금처럼 수익률이 다 비슷비슷할 것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옥석'을 잘 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3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수익률이 여전히 저조한 펀드들은 대부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이 펀드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원지와 연관된 것들이 대부분인데, 아직 사태가 완전히 일단락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상대적인 부진 추세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이 되고는 있지만 그 속도는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 격차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잘 나가는 펀드가 앞으로도 수익률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반기에도 선진국의 경기회복속도가 이머징마켓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펀드들의 상대적 부진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이 서린 펀드는 여전히 조심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견해였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이미 수익이 나고 있는 펀드는 앞으로도 좀 더 상승분위기를 탈 것으로 보기 때문에 뚜렷이 환매를 할 이유가 없다면 조금 더 들고 있으라고 조언했다. 잘 나가는 펀드를 깨고 해약한 뒤 재투자할 만한 마땅한 대안 투자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주식형펀드들은 앞으로도 회복속도가 이머징마켓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마냥 묵히지 말고 갈아타는 쪽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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