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무이자로 1천억 줄게 메가박스 사라"

더벨 현상경 기자 | 2009.07.23 06:01

[메가박스 M&A]난항 예상한 고육지책..후보군 "인수검토조차 시간낭비"

이 기사는 07월21일(16:0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7년 맥쿼리펀드가 인수한 메가박스가 결국 환영받지 못하는 '매물'로 다시 나왔다. 맥쿼리펀드는 계열사인 맥쿼리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입찰설명서(IM)을 작성, 22일 예비 입찰을 실시했다.

업계는 그러나 맥쿼리의 메가박스 매입가격이 너무 높다보니 매각작업이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맥쿼리는 주요 후보군에게 "메가박스를 인수하겠다면 3~5년간 100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매각자 스스로도 어려움을 자인한 나머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유인책을 제시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제안서를 받은 상당수 후보군은 "현재 거래구조로는 메가박스 인수 검토조차 시간낭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가 메가박스 매각의 난항을 예견하는 이유는 ▲고가매입 ▲과다한 지분보유 ▲유력 후보군 고갈 등 크게 3가지다.

일단 맥쿼리가 사들인 가격 자체가 논란거리다. 맥쿼리는 메가박스 지분 97%가량을 사들이는데 투자자(LP) 자금 등 1400억원, 차입금 1400억원을 합쳐 2800억원을 들였다.



작년말 기준 메가박스의 상각전 영업이익(에비타;Ebitda)는 영업이익 90여억원을 포함해 기껏해야 150억원대다. 지금 메가박스를 매각하면서 이자비용이나 LP 수익률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투자원금만 받는다고 해도 에비타승수(EV/EBITDA)가 무려 19배에 육박한다. 근 몇년간 발생했던 국내 M&A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

유사기업 주가와 비교해도 '고가'라는 평가는 피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는 CGV와 프리머스 등 CJ계열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사가 사실상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CJ계열의 전체 극장 점유율은 30~40%에 육박한다. 메가박스는 대략 1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된 1위 사업자인 CJ CGV의 시가총액이 4200억원대에 불과하다. 점유율이 2배 이상 높은 CJ와 비교할 때 메가박스 가격을 3000억원에 가까운 가격에 사는 것 자체가 엄청난 투자부담을 의미한다.

인수금융 구조에 따른 지분구도도 문제다.

맥쿼리펀드는 메가박스를 인수하면서 1대 주주인 미디어플렉스 지분 53%(293만주)이외에, 2대주주였던 스탠다드차타드 계열 사모펀드인 핀벤쳐스(Finventures) 지분44%(239만주)도 다시 매입했다. 이러다보니 투자자(LP)자금 1300억원 외에도 추가로 1400억원을 국내 생보사로부터 차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수자 입장에서는 97%나 되는 지분이 필요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차피 이사회 장악과 경영권 획득에 필요한 50~60%지분만 있으면 된다"며 "97% 지분을 다 사는 데 따른 가격부담을 질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맥쿼리펀드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방안이 마땅치 않다보니 2대주주로 남기보다는 이번 재매각을 통해 메가박스 투자 건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각자와 인수자간 입장정리가 쉽지 않다.

인수후보군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가장 큰 고민거리다.

IM을 받아보거나 투자요청을 의뢰받은 사모펀드(PEF) 대부분은 메가박스 인수와 관련해 "검토조차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것이 현 시장상황에서는 에비타승수 20배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을 PEF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동종업종에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나 영화상영업에 진출하려는 일부 대기업들 역시 메가박스 전체 지분 인수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매각이 성공하려면 매각자인 맥쿼리펀드가 어느 정도 '손실'을 볼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평가한다.

즉 LP들에게는 최소한의 수익률은 보전해 주고 나머지 손실은 펀드운용사(GP)인 맥쿼리가 부담을 져야 적정 매각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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