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강행 처리..정국 급랭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김지민 기자 | 2009.07.22 18:14
-물리적 충돌 등 극한 대립속 '강행 처리'
-여야, 불신 커지면서 정국 급속히 냉각될 듯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미디어법이 한나라당의 강행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정국 급랭이 예상된다.

이번 강행 처리의 후폭풍으로 처리과정에서 대리투표 등 불법 시비,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사퇴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점거부터 통과까지..숨가빴던 7시간

22일 국회는 오전 9시쯤부터 숨가쁘게 돌아갔다. 전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미디어법 협상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국회는 오전부터 심상찮은 기류에 휩싸였다.

오전 9시15분 갑자기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진입, 국회의장석을 점거했다. 전날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이날 추후 일정에 논의하자던 말을 믿고 있던 민주당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발 늦게 대응에 나섰다. 점거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규탄대회라는 이름으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모두 봉쇄했다. 그리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세균 대표와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오전 11시를 조금 넘기면서 물리적 충돌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야당측과 몸싸움이 붙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김영진 민주당 의원 등 다수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계속 밀고당기는 싸움을 지속하던 정국은 오후 3시30분쯤 급변했다. 행방이 묘연한 김형오 의장 대신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온 것. 이 부의장은 김 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아 3시35분 본회의를 개최했고, 이후 야당의 극심한 반대속에 표결을 진행해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4개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표결처리 후 산회한 시간은 4시15분이었다.

본회의가 끝난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빠르게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남아 애국가를 부르면서 강행처리를 막지못한 것을 자책했다.

◇"천만다행" vs "원천무효"..정국 급랭


이처럼 극한 대립 속에서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여야간 불신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벌어진 폭력사태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한고비 넘긴 만큼 정국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미디어법 후폭풍을 최소화하는데 힘쓸 전망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다행이지만 국회가 소수의 폭력에 의해 난장판이 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 든다"며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평온하게 표결이 진행돼야 하는데 이를 방해한 폭력 세력 때문에 국회가 난장판이 된 것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내일부터 다시 민생 법안을 다루겠다"며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한 모두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법 투표시 재투표를 실시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의결 정족수가 되지 않으면 표결 자체가 성립 되지 않기 때문에 재투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회 사무처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해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불법적인 투표로 원천무효'라고 규정,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다. 방송법안 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재투표와 모든 투표에 걸쳐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본회의가 끝난 후 "민주당은 이번 날치기 통과를 원천 무효라고 선언한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재석 145석으로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음에도 대리투표 등 불법으로 회의를 진행했다"며 "이윤성 부의장이 재표결을 실시했다는 것 자체가 원천 무효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반대를 외면하고, 야당 의원을 짓밟고 보란 듯이 날치기를 강행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남은 것은 국민의 심판 뿐"이라며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 부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장외투쟁, 지도부 사퇴 등 강경 대응방침이기 때문에 향후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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