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빼고 살자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 2009.07.23 09:21

[웰빙에세이] 힘빼는 연습 4가지

아무래도 너무 힘주고 산다. 목 뻣뻣이 세우고, 배에 힘준다. 머리 열나게 돌리고, 시선 째려 본다. 이 악물고, 주먹 불끈 쥔다. 험한 세상에 생존경쟁 치열하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머리 쥐난다. 맥 풀리고 가슴 답답하다. 뒷목, 어깨, 허리, 아랫배 모두 뻣뻣하다. 몸이 굳어 긴장도 잘 안 풀린다. 긴장을 풀지 않으면 병이 된다. 암을 부른다.

그러니 힘 빼는 연습을 하자. 항상 힘주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힘 빼기 왕도, 잘 자자. 누구나 하루에 4분의1은 힘 빼고 산다. 몸에 힘주고 자는 사람은 없다. 꿈자리 뒤숭숭하면 모를까 잘 때 힘들이지 않는다. 이때야 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무념, 무상, 무위, 무아다.

너무 바빠 잠자는 것도 아깝다고? 최단 시간에 최대 수면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어찌 그런 험한 말씀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다. 잠이 삶의 배경이다. 그러니 잠자는 시간은 소중하다. 잠자는 것은 '생명공장'에 다녀오는 것이다. 에너지 공장에 몸과 마음을 입고시키는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생명의 기운을 충전한다.

잠잘 때는 의식이 잠들고, 잠재의식이 작동한다. 꿈의 나라다. 잠이 깨면 잠재의식이 물러나고 의식이 작동한다. 그러면 휴식 끝이다.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린다. 몸 바쁘고, 마음 바쁘다. 의식도 바쁘다.

그러니 자지 않을 때도 힘 빼는 연습을 몇 가지 해보자. 말하자면 의식적으로 힘빼기다.

첫째, 털기. 관절과 근육의 힘을 모조리 뺀다. 모든 힘을 발바닥으로 내린 다음 마음대로 몸을 턴다.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린다. 긴장되고 굳은 쪽이 있으면 거기부터 털고, 흐느적거린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면 비비꼰다.

이렇게 털고, 흐느적거리고, 비비꼬는 걸 뭐라 할까. '요레' 부르자. 왜 '요레'냐고? '요가 + 발레'니까∼. 요가든 발레든, 막춤이든 사실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쌓인 것을 털고, 막힌 곳을 푸는 것이다. 힘을 빼는 것이다.

둘째, 퍼지기. 일명 시체놀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죽은 시체처럼 퍼져 눕는다. 힘을 등쪽으로 모두 내린다. 등이 바닥에 쩍 달라붙는다. 몸이 땅에 스며든다. 너무 쉽다. 그런데 하려는 사람이 없다.

마음은 그런 쓸데 없는 짓에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마음은 쉬운 것을 싫어한다. 공연히 어려운 것만 좋아한다. 그 마음을 물리고 하루 10분씩만 시체가 돼 보자. 결코 낭비는 아닐 것이다.

셋째, 흐르기. 여기서부터는 연상 연습이다. 나는 강가에 앉아 있다. 고요히 앉아 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그 강물에 근심 걱정을 모두 흘려보낸다. 고인 곳을 흐르게 한다. 얼룩진 곳을 씻어낸다. 흐르면 맑아진다. 거스르지 않으면 편하다. 삶과 강물이 하나 되어 흐른다. 나는 강물이다.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이다.

넷째, 떠다니기. 나는 하늘 위의 구름이다. 바람 부는 대로 떠다닌다. 목적도 방향도 없다. 그냥 떠다닌다. 구름은 저항하지 않는다. 힘주지 않는다. 목적과 방향에 집착하는 나와 다르다. 구름을 담은 하늘은 空이다. 우주를 담은 공이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나는 그 하늘을 떠다닌다. 자유롭게, 평화롭게, 행복하게!

"나는 힘없는 사람인데" "뺄 힘이 없는데" "기진맥진인데.."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 분은 빼 드리자. 대신 힘 있는 분부터 힘 좀 빼자. 목에 힘주고 사는 분부터 힘 좀 빼자. 넘치는 힘 빼서 힘없는 분께 보태드리자. 그야말로 윈윈 아닌가.


  ☞웰빙노트

니가 깜짝 놀랄만 한 얘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 뭐 별다른 걱정 없다 /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그게 뭐냐면 / 이건 이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 거다 /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 거다
하지만 / 나는 사는 게 재밌다 / 하루하루 즐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 매일매일 신난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 하루하루 즐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 매일매일 신난다 좋다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남들 출근할 때 / 섬진강 천둥오리 떼와 더불어 / 물수제비를 날린다
남들 머리 싸매고 일할 때 /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 선유동 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 바삐 출장 갈 때 /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 남들 야근할 때 / 대나무 평상 모기장 속에서 / 촛볼을 켜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 일중독에 빠져있을 때 / 나는 일 없어 심심한 시를 쓴다
그래도 굳이 할 일이 있다면 /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 내게 일이 있다면 그것은 노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곧 죄일 때 / 그저 노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가
스스로 위로하며 치하하며 / 섬진강 산 그림자 위로 / 다시 물수제비를 날린다
이미 젖은 돌은 더 이상 젖지 않는다
<이원규 시, 독거(獨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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