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경기회복 고개 넘었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9.07.22 16:40

증시 리먼사태 이전수준 회복..각종 경제지표 '청신호'

#직장인 A씨는 지난해 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입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매각하면서 다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최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르고 있는 증시에 최근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

#'부의 상징'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한 고급아파트 단지.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유리창은 '급매'로 나온 매물안내로 가득했다. 전세값은 기존 가격보다 20% 이상 떨어졌지만 집을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 창문에는 매물안내가 완전히 사라졌다. 전세값은 예전수준을 이미 회복한 상태다.

#B은행은 이달 말 고금리 외화정기예금 상품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달러'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다시 추락할 지도 모른다는 '더블 딥(이중 침체)'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은 찾기 힘들다. 자연스럽게 '출구 전략'을 조기에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전보다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분은 증시다. 22일 증권거래소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05포인트 오른 1494.04포인트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바라보기 어렵게 느껴졌던 1500선이 눈 앞에 다가왔다. 우리 증시는 이번 금융위기를 본격화시켰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사태직전 (2008년 9월12일, 1477.92포인트)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한때 장중 1590원대를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도 지난 3월 중순을 기점으로 크게 떨어져, 이제 12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출렁임은 있지만 일중 변동폭은 크게 줄었다. 금융시장의 랠리 지속과 경기 반등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면서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급격한 연체율 상승과 유동성 부족 등으로 코너로 몰렸던 은행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6월 전국 부도업체수는 125개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부도가 줄면 자연히 은행 연체율은 낮아지게 된다.

정부도 한국 경제가 큰 고비는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다급했던 지난해 말 및 올 초와 비교할 때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일단 방향은 윗쪽으로 틀었지만 남은 문제는 회복속도다.

경제위기의 진앙지인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공개적으로 시중 과잉유동성 회수를 언급할 정도다.


버냉키 의장은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그동안 취했던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정책을 순조롭고 시의적절한 방법으로 다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타이밍이 문제일 뿐 출구전략을 수립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경제가 다시 본 궤도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출구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위기 이후의 정책방향 전환을 화두로 삼았다.

KDI는 "비틀거리는 금융시장ㆍ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쏟아냈던 각종 비상조치들을 원상복구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했던 재정ㆍ통화정책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출구전략'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출구전략'을 시장을 달래가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시장친화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것으로 정의할 경우, 광의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실업률 등 고용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경제지표가 좋게 나타나는 것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푼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표상 경기는 호전되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인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지방에서 소규모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K씨는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며 "근처 식당을 가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위기를 맞아 우리경제는 마취주사를 맞은 상태"라며 "마취에서 풀린 후 몸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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