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해주세요" "네 찾아가시죠"

박성희 기자, 김태은 기자 | 2009.07.22 17:00

환매에 응하는 금융사 태도 "달라졌네"

#1. 코스피지수가 1370선까지 빠졌다가 다시 1400선을 회복한 지난 15일 A씨는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키로 하고 B증권 여의도지점을 찾았다. 2년간 묵혔던 펀드의 수익률이 아직 -10%대에 머물고 있지만 증시 재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만큼 과감히 환매를 결정했다.

#2. C씨는 D은행 인터넷뱅킹을 통해 국내 주식형펀드의 절반 가량을 환매 신청했다. 지난 2007년 하반기 펀드 가입 후 줄곧 손실을 입었지만 증시 하락기 적립식으로 가입했던 일부 자금은 이익이 난 상황. 하반기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귀가 솔깃하긴 했지만 수익이 난 부분은 일단 환매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증시상승에 따라 국내 주식형펀드가 원금을 회복하면서 환매를 문의하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도달할 때마다 '지금이 환매해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가 1400선에 재등정한 지난 15일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3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졌다. 특히 지수가 1500선에 근접할수록 순유출 규모는 16일 88억원에서 17일 580억원, 20일 679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은 "손실폭이 10% 내외로 줄거나 원금이 회복된 펀드를 중심을 환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주식형펀드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1450선을 저항으로 2~3개월간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최근 1500선까지 근접하면서 환매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여의도중앙영업점의 자산관리파트의 한 과장은 "지점 방문을 통해 환매 시점에 대해 상담하는 고객보다 코스피가 일정 지수를 넘어서면 스스로 판단해 인터넷에서 환매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일선 창구에서 고객 환매요구가 있어도 적극 만류하거나 갈아타기를 강하게 권하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완전판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기억이 있는데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투자자보호가 강화되면서 신중해진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용범 하나대투증권 영업부 부부장은 "펀드 환매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펀드 투자 비중을 줄였다가 상황을 지켜본 후 다시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며 "지점 창구에서도 일시적으로 펀드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투자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부장은 "세계 증시가 동조화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해외 펀드는 더 기피되는 편"이라며 "세제 혜택까지 사라진다고 하니 연말이 다가올수록 환매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주식직접투자나 채권투자, 상장지수펀드(ETF) 처럼 경쟁 투자대상에 대한 고객수요도 많아 무턱대고 만류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주미 센터장은 "환매한 자금으로 정기예금형이나 기업어음(CP)형 상품과 같이 안정적인 신탁상품에 가입하거나 차라리 사모 주가연계펀드(ELF)에 투자한다"며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2분기 실적 호전이 확인된 대형주 중심으로 직접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 돈을 많이 운용해야 좋은 운용사들은 속이 탄다.

한 운용사 마케팅담당 이사는 "증시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운용업계 분위기가 연초보다 나아진 것 사실이지만 실제 펀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니어서 마냥 웃고 있을 분위기도 못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사 임원은 "펀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상품을 내놔도 판매사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 운용사 사장은 "펀드 판촉 행사를 열고 마케팅을 강화해도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며 "운용사 사장들이 만나면 다들 펀드 환매에 대한 걱정으로 고민을 나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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