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중국 공략의 비밀병기 '집현전'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9.07.27 07:41

【한국경제의 희망 중국, 삼성-LG 사령탑에게 듣는다-2】

편집자주 | 세계의 눈이 다시 중국을 향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극심한 침체로 고전하는 사이 중국 경제는 가전하향(농민에게 가전제품 보조금 지급) 등 과감한 경기 부양책으로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금융위기 와중에도 상반기에 7.1% 성장을 하는 '괴력'을 보였고, 지난 15일에는 일본을 누르고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3년 내 미국증시의 시총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상은 한국 경제와 기업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과 우남균 LG전자 중국지역본부 사장 등 국내 양대 기업의 중국 사령탑들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중국 경제와 한국 기업의 관계는 이미 전략적인 단계로 들어섰다."

우남균 LG전자 중국본부 사장(사진)은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와 한국 기업은 이미 '없으면 안 되는' 전략적인 관계가 됐다고 강조했다.

# LG그룹 전체 매출 30%가 중국에서 발생



우 사장은 "LG그룹은 전체 매출의 30%인 250억 달러가 중국에서 발생한다"며 "이 중 80%는 중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하는데 중국이 없으면 그 수출 물량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3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화를 위한 트렌스포메이션(변환) 전략을 통해 'LG=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기회라고 판단될 때는 보급형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 LG의 중국 전략 '집현전'

우 사장은 LG의 중국 전략을 '집*현*전(집중화 현지화 전문화)'으로 요약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장에서 바라보는 중국 경제의 위력 어떤지요.

▷생산능력과 대규모 시장 두 가지 관점에서 중국 경제의 파워는 이미 세계 시장을 영향권 하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중국 내수 시장이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거대한 시장 규모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바닥을 통과하던 지난 1분기에도 중국은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이목을 끌만한 수치입니다.

# 중국 내수 시장 더욱 탄탄해 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 경제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경제를 정치 사회 등 외부변수와 떼어놓고 전망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만을 놓고 본다면, 중국은 아직도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졌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경제구조를 ‘수출 중심’에서 ‘수출/내수 균형 발전’으로 변혁해 가고 있어 중국 내수 시장은 더욱 탄탄해 질 것입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가 한국 기업들에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우리 정부는 지난해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양국간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켰습니다. ‘전략적’이란 의미는 단순히 산술적인 '+ -' 관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없으면 안 되는’ 관계를 말합니다. 중국 경제와 한국 기업의 관계도 이미 전략적인 단계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LG그룹을 예로 들면 전체 매출의 30%인 250억 달러가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이 중 80%는 중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한 것입니다. 중국이 없으면 그 수출 물량은 생산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중국을 떼어 놓고 글로벌 전략을 얘기하는 것도 불가능한 셈입니다. 중국의 중요성은 엄청난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전략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LG전자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LG전자는 지난 3년여 동안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추구했습니다. 지금은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LG전자 제품의 70%가 프리미엄 제품군일 정도로 '프로덕트 포트폴리오'를 개선시켰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개선, 'LG=프리미엄'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 중국 현지 기업들과는 코피티션(co-petition)

-중국 로컬 기업들과의 경쟁은 어떻게 헤쳐 나가고 계신지요.

▷중국은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퇴출되지 않고, 사실상 무한 공급되는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휴대폰 시장을 예로 들면 다른 세계 시장은 LG 삼성 그리고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빅 5가 장악하고 있지만, 중국시장엔 100개가 넘는 로컬 브랜드가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습니다. 연간 쏟아지는 신제품만 1000개가 넘습니다. TV시장의 경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LG전자는 LG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 경쟁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현지 기업들과 협력 및 경쟁을 동시에 추구하는 ‘코피티션(co-petition) 전략’을 통해 상생협력에 주력할 것입니다.

-중국 저가 시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LG전자가 중국시장에서 추진해왔던 프리미엄 전략에는 변화가 있는지요.

▷프리미엄 전략이라는 큰 기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회라고 판단될 때에는 보급형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것입니다.

-최근 LCD TV가 가전하향 제품에 대거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판TV는 전형적인 ‘기술 집적’ 제품입니다. 기술 개발 발전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가격은 더욱 떨어집니다. LG전자는 중국 TV시장에서 가전하향이 ‘보급형’ 제품군을 공략하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습니다. 그 동안 42인치 이상 대형 제품군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이번 가전하향을 계기로 인치별 최대 시장인 32인치, 37인치 시장을 공략할 것입니다. 기존의 프리미엄 시장과 32인치 등 보급형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양극화' 전략입니다.

# '차이완' 우리에게 위협 아니다

-대만과 중국이 가까워지면서 '차이완'이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는 위협 요인도 있지만 기회 요인도 많습니다. ‘차이완(China+Taiwan)’도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본토를 통한 대만 시장 공략이라는 또 다른 루트가 한국기업들에게도 생기는 것입니다. 기회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중국 기업들과 대만 기업의 관계가 강화되면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필요성은 더 약화되는 것이 아닌지요.

▷중국과의 상생협력의 큰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세계화를 이룬 기업들이 많지만 중국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중국은 글로벌 무대로 나가려는 '조우추취(走出去·밖으로 나가자)'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 네트워킹은 물론이고, 무역과 관세 장벽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앞으로도 중국과 가장 가까운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한국상회 회장으로서 한국 기업들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고 계신지요.

▷코리아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회원사들과 함께 커뮤니티 서비스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과거처럼 앞으로도 중국에 필요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한국상회 회장으로서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중국에 확실하게 뿌리내려 가치를 높여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중국 본부를 책임지고 계신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다면.

▷LG를 중국에서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사랑하고, 꼭 사고 싶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소비자들과 정서적으로, 감성적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중국의 최고 인재들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 그리고 우리 중국 현지 직원들이 세계 시장 어디에서도 인정받는 그런 인재 중심 컴퍼니를 만들고 싶습니다.

-취임하신지 3년 반이 지나셨습니다. 그동안 성과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지난 2006년 중국본부장으로 베이징에 부임한 후 '집현전'에 기반을 둔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추구해 왔습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중국 시장의 프리미엄화가 급진전된 데 따른 대응이었습니다.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토대로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하고, 현지 인적 파워를 대폭 강화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올해 상반기 LG전자 중국 법인의 실적은 어땠는지요. 하반기 실적 전망도 궁금합니다.

▷LG전자는 올해 초 경기 불황 속에서도 과감히 확장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과거 IMF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침체 초기부터 신속한 비용 절감을 이뤄냈고, 과감한 마케팅 투자로 중국 시장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년간 '집현전'에 따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으로 내실을 잘 다져놓은 덕분이었습니다. 품질, 서비스, 유통, 마케팅 등 우리 내부 역량을 키우고 기회를 노리던 차에, 외부 환경이 잘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앞으로는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LG전자에겐 중국 내수 기반을 확장해 가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하반기 사업에서 역점을 두고 계신 부분은.

▷중국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휴대폰 부문의 3세대(3G) 시장, TV 부문의 디지털TV 시장 등이 확산 일로에 있습니다. 미래 산업 전략 육성 차원뿐만 아니라 내수 진작 차원에서도 가속도가 붙은 것입니다. 두 부문 모두 LG전자가 글로벌 수준의 강세를 보이는 시장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3G와 디지털 TV부문에서는 LG가 최고라는 것을 시장에 뿌리내리도록 할 것입니다.


# 우남균은 누구?

우남균 LG전자 중국본부 사장을 처음 만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받는 인상은 '세련됐다'는 것이다. 그의 '세련됨'은 20년 이상 이어진 해외영업 활동에서 비롯됐다. 74년 LG전자 수출과로 입사해 자연스럽게 해외 영업 업무를 시작했다.

유럽 지역 본부장, 북미지역 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중국본부장(사장)까지 맡아 미국 유럽 중국 등 한국의 3대 해외 시장을 모두 경험한 흔치 않은 전문 경영인이 됐다.

2000년부터는 TV 사업 등이 포함된 디지털디스플레이&미디어 사업본부장을 맡는 등 마케팅과 전략을 겸비한 시장주의자로 시장의 변화를 짚어내는 안목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세련된 매너와 함께 유려한 말솜씨로도 유명하다. 한 주제만으로도 몇 시간 동안 자유롭게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다. 복잡한 디지털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재주도 탁월하다.

평소 '회전초밥 경영론'을 강조한다. 회전판을 둘러싸고 돌아가면서 먹는 회전초밥처럼 직원들이 상하를 막론하고 격의 없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참여경영을 말한다. 그가 주재하는 회의에 들어갔다가 한마디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간 혼쭐이 나기 십상이다.

<약력>
△경북 영주 출생(49년) △서울 보성고(67년) △서울대 물리학과(72년) △서울대 경영학과(76년) △LG전자 입사(74년) △오디오비디오 본부장(84년) △해외영업 본부장(이사)(88년) △유럽지역 본부장(상무)(90년) △북미지역 본부장(전무)(95년) △디지털디스플레이&미디어 사업본부장(부사장)(2000년) △디지털디스플레이&미디어 사업본부장(사장)(03년) △(현)중국본부 본부장(사장)(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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