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은행 빅4' 되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7.21 17:48
"경쟁은행요? 이제는 신한은행이 경쟁자라고 생각해요."

요즘 기업은행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엔 실적 통계를 낼 때마다 부서장들이 하나은행과의 비교표를 만들어 놓고 머리를 쥐어짰지만 이젠 다르다. 태산LCD로 하나은행이 '휘청'거리는 사이 기업은행이 매섭게 추격했고 급기야 '경쟁상대'도 바뀌었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뒤를 잇는 은행권 '빅4'를 두고도 새 말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저 없이 하나은행이 꼽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시가총액, 순익, 순이자마진(NIM)에 이어 전통적인 잣대인 총자산까지 하나은행의 자리가 위태롭다.

◇'빅4은행'은 어디?=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시가총액이 하나금융지주를 앞질렀다. 이날 기준으로 기업은행은 6조6593억원으로 하나금융지주의 6조6204억원을 웃돈다.

지난달 17일 이후 많게는 5731억원까지 벌어졌다. 지난 13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1개월 넘게 추세로 굳어진 셈. 기업은행이 올해 초 1조3000억원을 증자한 영향이 없지 않지만 수십년간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뿐 아니다. 증권가에서 내놓은 상반기 실적 전망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읽힌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순익이 2470억원인 반면 하나은행은 155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2분기에 태산LCD관련 충당금 1500억원이 환입된 걸 감안해도 하나은행이 열세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2분기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NIM은 2.32%로 은행권 최상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1.44% 가량으로 하위권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


'빅4' 순위를 매기는 전통적인 기준인 총자산도 아슬아슬하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양 은행은 157조~158조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예측치론 이 역시 기업은행이 살짝 앞선다. 지난해 말엔 하나은행이 15조원 앞질렀었다.

◇신한은행, 기업은행 찾은 이유= 이는 기업은행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영업을 한 결과란 분석이다. 일례로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파생상품인 키코(KIKO)나 선수금환급보증(RG)를 소극적으로 팔았다.

너도나도 RG를 취급했을 때 기업은행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취급 하더라도 일반적인 계약서가 아닌 은행이 직접 만든 계약서를 사용했다. 이를 참고로 하기 위해 신한은행 심사역이 기업은행을 방문한 적도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땅 짚고 헤엄치기도 못하는 은행'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고, 본점에 (왜 안 파냐고) 직접 항의를 하는 업체도 많았다"면서 "결과적으론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빅4' 굳히기는 쉽지 않다. 조달 측면에서 국책은행이란 '후광' 덕분에 싼 금리에 채권을 찍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개인 고객 기반이 약하다. 중소기업 연체율도 복병이다. 80%이상 보증서 발급으로 중기대출을 급격히 늘렸지만, 결국 부도율과 연체율 관리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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