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 2009.07.21 12:10

[서희태의 클래식 바이러스] 예술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야

2008년 내 인생에 이처럼 바쁜 날들이 또 있으랴? 싶을 만큼 무척이나 바쁜 날들을 보냈다. 바로 mbc에서 방송 되었던 클래식 전문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감독을 한 것이다.

드라마를 만든다는 일이 내게는 매우 생소하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 덕에 '클래식전도사', '서마에'라는 별칭과 함께 요즘 수많은 방송과 공연, 강의로 많은 관객과 만나며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우리 국민들은 이미 클래식 마니아들이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학교의 수업종소리가 울릴 때, 전화통화 연결음으로, 청소차량이 후진할 때,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때, TV를 보다 CF와 드라마에서 우리는 자주 클래식을 듣고 있다.

하지만 귀에 익은 곡이라 할지라도 그 곡의 정확한 제목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지레 어렵고, 모른다고 생각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클래식을 알게 되면 이 음악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생명력 강한 음악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오래됐다고 모두 클래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연주되어야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클래식(Classic)'은 고전적이라고 표현돼 있다. 여기에는 '최고 수준의, 고상한, 역사적, 문화적 연상이 풍부한, 유서 깊은, 권위 있는, 정평 있는, 유행에 메이지 않는 전통적인'이라는 형용사가 달려 있다.

클래식은 참고 기다림을 원한다. 유명 대중가수처럼 체육관만한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팬들을 열광시키거나 자극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음악보다, 아니 우리의 생명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음악으로 분명히 자기를 사랑해 주는 이에게 엄청난 감동으로 보답할 것이다.

많은 이들은 클래식은 특별한 계층의 음악 또는 귀족의 음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음악의 신동이라 부르는 모차르트는 황제를 위하여도, 귀족을 위하여도, 서민을 위하여도 작곡을 했다. 서민을 위해 작곡한 대표적인 작품이 '피가로의 결혼'과 '돈 죠반니'와 같은 귀족의 삐뚤어진 행태를 꼬집는 내용의 오페라다.

따라서 이 음악은 당시에 모든 대중의 음악이었는데 그 중 소수가 끊임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한국의 장처럼 오랜 시간 숙성의 시간을 견뎌내고 아직도 우리의 마음과 귀를 사로잡는 현재까지 연주되어지는 모든 음악이라고 정의 하고 싶다.


이 말은 즉 클래식의 형식을 따라 작곡된 어리지만 이미 클래식인 음악도 있고, 대중의 음악으로 작곡되었지만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클래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음악도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최고의 그룹 아바(ABBA)의 음악들은 뮤지컬 '맘마미아'로 재 탄생돼 현재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이미 약 40년의 시간을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 이 음악은 뮤지컬로 재탄생하여 앞으로 60년 이상 대중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다음세대에서는 아바그룹의 음악도 클래식의 대열에 끼게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보면 고등학생 건우가 학교 음악숙제를 위해 지휘자 강마에를 찾아가서 클래식의 정의에 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하필 연주를 하니 마니하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강마에는 어린 건우에게 독설을 퍼붓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어린 건우는 클래식은 개똥이라고 정의해 버린다. 이 일로 건우는 클래식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이 건우만의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혼났던 경험이 있다. 태어나면서 음치인 사람이 어떻게 노래 부르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겠는가?

내가 아는 한 분은 고등학교 때 부르기 시험을 보는데 못한다고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그는 '클래식 고문'이라고 까지 표현하면서 그 후 클래식 기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는 솔직히 음악, 미술, 체육 시험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음악시간에는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귀를 갖도록 하고, 미술시간에는 여러 가지 그림을 감상할 줄 아는 눈을 가지게 하고, 체육시간에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게하면 되지 않을까?

모든 예술은 강요가 아닌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하고, 적어도 외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교육이 되기를 바란다.(한국공연예술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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